왜 아니겠는가.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릴 판이다.
언론에 의해 대표적인 '날림' 사례로 지목된 항목들엔 공통점이 있다. 양육수당, 영유아 접종비, 결식아동 급식비, 대학생 학자금 예산 모두가 '자녀 예산'이다. 상대적으로 정당 충성도가 낮은 반면 선거 판도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한 30~40대 부모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항목들이다.
이들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될까? 굳이 짚을 필요가 없다. 이미 6.2지방선거에서 확인한 바다.
한나라당은 서둘러 관련 예산을 보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 설령 관련 예산을 보전한다 해도 한 번 얼룩진 이미지는 완전히 세탁되지 않는다. 정두언 최고위원 말대로 안상수 대표의 거취를 도마 위에 올린다 해도 요령부득이다. '자녀 예산'의 맞은편에서 '형님 예산'과 '부인 예산'이 우뚝 부각돼 버렸기 때문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자료사진) |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여론지형이 더 악화될 게 뻔하다. '친서민'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한나라당이 '때리는 시어머니'가 돼 버렸다면 오세훈 시장은 '시누이'가 돼 버렸다. '선택적 복지' 항목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꼬나보는 사나운 눈초리가 '보편적 복지'를 비난하는 오세훈 시장으로 옮아가게 돼 버렸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사안이 유사하고 당적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은 예산안 강행처리의 유탄을 맞게 돼 있다. 그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갈수록 사나워지게 돼 있다.
그래도 좋다. 어차피 '강경투쟁'은 민심이 아니라 당심을 겨냥한 것이었으니까 자신의 보수 선명성을 강화하기만 하면 괜찮을지 모른다. 헌데 이마저도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얼룩을 빼려고 표백제를 집어 드는 한나라당에게 오세훈 시장의 행보는 도움 될 게 없다. 관련 예산 보전에 그치지 않고 친서민 예산을 추가 편성하려고 대들지 모를 한나라당에게 700억 원에 벌벌 떠는 오세훈 시장의 행태는 도움 될 게 없다.
국민 여론은 둘째 치고 한나라당조차 '눈치코치 없는' 오세훈 시장의 행보를 마뜩찮은 눈길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오세훈 시장의 말을 빌리면 "한나라당 내에서도 슬금슬금 꼬리 내리는 국회의원들"이 늘기 십상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속설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결과적으로 택일도 잘못하고 번지수도 잘못 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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