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임기 3년 동안 매년 새해 예산 날치기 통과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8일 밤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이제 새 예산안을 바탕으로 내주부터 각 부처 신년 업무계획을 차질 없이 확정할 수 있게 됐으며 최선을 다해 예산 집행계획을 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강행처리의 '오더'는 사실상 청와대에서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5일 당정청 고위급 회동에서 예산 처리 강행에 대한 뜻이 모아졌고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독려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예전에도 시간 끌어봤자 별거 있더냐'며 원내지도부를 압박했다. 청와대의 손발이 모두 움직인 것이다.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 아랍에미리트 파병안, 친수구역 법안 등까지 끼워넣은 것도 청와대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날치기'가 완료된 직후 대통령이 '환영논평'을 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의 '강공'은 예산처리가 주춤거릴 경우 기존의 불법사찰 문제에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추가된 안보무능론, 한미FTA 재협상 일방 양보 등의 수세적 국면을 좀처럼 탈피하기 어렵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현 정권 특유의 '무시'도 한 몫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회 상황에 대해 일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가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선 북한에도 '말 대포'말고는 꼼짝 못하고, 미국에는 한미 FTA재협상을 통해 퍼주는 반면 안에선 야당 멱살만 잡고 을러대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진 의문이다.
이전 정부들도 정권 후반기로 넘어가는 수세적 국면에선 '정면돌파로 밀어붙이는 수 밖에 없다'는 강경파가 득세했었지만 그 결말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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