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우경화' 연대에 돌입했다. 정책연대의 첫 발이다. 복지 예산은 삭감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재벌청탁법'으로 불리는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위한 공조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입법 분야에서 이 같은 공조 계획을 밝혔다.
"복지 지출 깎고 SOC 예산 증액"
우선 예산 심사 방향을 보면, 두 당은 "지나친 복지 지출은 삭감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늘리는 SOC 예산과 농업 예산은 증액하겠다"면서 사실상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선언했다. 정부가 편성한 소방직 등 '필수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투입 방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 혈세를 퍼붓는 사업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정당은 안보 분야에서 대통령 공약 예산을 깎아서 "다층 미사일 방어 체제 예산으로 재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만으로는 북한 미사일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무기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순실-재벌특혜법' 논란 규제프리존법 공조
입법 분야에서 두 정당은 '박근혜 관심법안'이었던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압박하며 공조하기로 했다. 규제프리존법에 대해서는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과 같이 혈세를 낭비하는 일 없이, 법과 제도만 잘 정비해도 민간 부문의 투자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곧 '혁신성장'"이라고 주장했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최순실법', '재벌청탁법', '의료 민영화법' 등으로 불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2016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통과시켜달라고 한 법안들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의 요구를 받아 이 법을 '숙원사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는 두 법안을 '재벌 특혜 최순실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박근혜-재벌 숙원사업 해결사 자임하나?)
두 정당은 '방송법' 개정안도 통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때는 이사회 절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 의원 전원 등 162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여야가 바뀌자 법안 처리를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찬성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미온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우리 요구 안 들어주면 중대 결심"
두 정당은 자신들의 정책 연대가 반민주당 연대임을 분명히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인사나 예산, 법안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두 정당은 만약 민주당이 두 정당의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법안과 예산 심의에 있어서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는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우경화 연대를 통한 민주당 역포위 계획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과는 제가 직간접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평소 법안에 대한 입장을 검토해 볼 때 한국당도 이 공통 법안에 반대가 없을 뿐 아니라, 적극 추진하면 좋다는 입장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반민주당 연대가 규제프리존법 등 민주당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법안 처리에 탄력을 붙일 수도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개혁 입법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환경, 의료, 개인 정보 보호 등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할 수 없도록 한 규제프리존법 중재안을 마련한 상태이고,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의 요구를 이유로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관련 기사 : 민주당, 개혁 입법 대가로 '규제프리존법'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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