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수감 중인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지원관은 지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할 때 부터 김종익 씨 불법사찰이 수면 위로 올라온 2010년 6월까지 무려 62차례나 청와대에 출입했다. 거의 열흘에 한 번 꼴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8일 <서울신문>은 이 전 지원관의 '청와대 출입내역'을 확보해, 그가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및 하드디스크 삭제 과정에 사용된 대포폰을 만들어 지급한 최종석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만난 사실을 보도했다.
이밖에 이 전 지원관이 법정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고 주장한 이강덕 당시 공직기강팀장(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도 만났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이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결국 '청와대 별동대'처럼 움직였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대구, 예천, 포항, 구룡포, 영일, 성주 출신들 만나서 뭐했나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지원관은 청와대에서 모두 9명을 만난 것으로 되어있다.
권재진 민정수석(6회),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1회), 이강덕 당시 공직기강팀장(현재 경기지방경찰청장) (15회), 장석명 당시 선임행정관(현재 공직기강비서관) (27회), 최운구 당시 민정수석 보좌관 (1회), 이영호 당시 고용노사비서관(2회), 조재정 고용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2회), 최종석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7회), 백운현 당시 행정자치비서관(1회) 등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한 것.
이 전 지원관이 접촉한 인사들은 크게 민정-공직기강 관련 인사들과 고용노사 관련 인사들로 나뉜다.
이중 민정-공직기강 관련 인사들과는 업무 연관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원관실 수사 과정에서 '민정수석 보고용' 등의 제목이 달린 문건 목록이 노출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전 지원관이 총리실 공식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지원관은 '보고자료(9월 말~10월 초)/081001 민정수석보고용/다음(동자꽃)','총리실/진행/남경필 관련 보고1.(2008.9.27.)' '0920 BH보고(최종)' 등의 파일이 작성된 시점을 전후해 장석명 당시 선임행정관, 권재진 민정수석 등을 만났다.
이영호 전 비서관 등 고용노사비서관실 인사들과 접촉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오히려 이들과는 청와대 밖에서 무시로 만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권재진(대구), 장석명(경북 예천), 이강덕(경북 포항), 조재정(경북 영일), 최종석(경북 포항), 이영호(경북 구룡포), 백운현(경북 성주) 등 이 전 지원관이 접촉한 인사들은 장다사로(전북) 비서관을 제외하곤 모두가 TK출신이다.
이인규 전 지원관의 활동에 대해선 전직 총리, 총리실장, 사무차장 등 모두 "잘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전 지원관은 지난 2008년 사망한 김영철 전 사무차장에게 활동을 보고했었다고 강변하곤 했다. 하지만 총리실 내에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조직의 책임자가 청와대와는 한 식구 처럼 움직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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