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일, 우리 당국이 전투기로 북한 해안포기지를 폭격하는 방안을 협의해 승인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일신문>은 7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지난 달 23일 오후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 경우) 서해상에 대기 중이던 전투기로 북 해안포기지를 폭격하는 문제에 대해 당시 미국 측(월터 샤프 유엔군사령관)도 동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3차 포격'이 이뤄지지 않아 우리의 북 해안포기지 폭격도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 이 대목에 대해선 청와대 내에서도 여러 증언이 엇갈린다.
'북 해안포 기지 폭격' 둘러싼 어지러운 증언들
청와대의 '확전 자제' 논란 이후인 지난 25일 <조선일보 >등은 "대통령이 폭격 검토를 지시했는데 국방부 쪽에서 난색을 표했다", "2차 포격이 끝난 직후 군에 전투기 폭격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었다" 등의 청와대 관계자 말을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폭격 지침'설을 부인했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인 작전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면서 "'폭격이 가능하냐' 수준의 이야기는 나왔을 수 있지만 실제 (북한 지역에 대한) 폭격 등은 연합사 체계를 거쳐야 하는 등 구체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게 까진 가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내일신문>의 이날 보도는 이 고위관계자의 발언과는 다르다. 어쨌든 당시 우리 전투기가 현장에 출격했던 상황에서 폭격 가능성에 대한 검토 자체는 진행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 · 합참과 김관진 장관 발언 달라, 진실은?
당시의 정확한 진실이 무엇인가와 별개로, 이날 <내일신문>에 나온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은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이날 <내일신문>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연평도 사태와 같은) 추가도발을 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해 전투기로 폭격하겠다'고 말한 것도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구체적 상황을 놓고 미국 측과 다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실제 '전쟁억제, 방어 및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연합 위기관리'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의 일부로 한미연합사령관의 권한이다.
하지만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추가도발 상황이 전개된다면 분명히 항공기로 폭격할 것"이라면서 '연평도와 같은 상황에서 미군의 동의 없어도 F-15K 등의 전투기를 이용해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문에 "할 수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이를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는 취임 후에도 "자위권적 차원의 대응은 적의 도발의지가 뿌리 뽑힐 때까지 한다. 강하게 시행을 할 것이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현재 공군은 김 장관의 지침을 하달 받아 F-15K의 주·야간 정밀폭격이 가능하도록 출격 태세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감행될 경우, 확전을 방지하는 전제하에서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도 한국의 '자제'만을 요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김관진 국방장관이 "우리 마음대로 북한 지역을 폭격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이번 연평도 사태에 대한 군의 미비한 대응이 작전권 환수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까닭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 마지막 합참의장이었던 김 장관은 작전권 환수 계획에 서명한 인물이다.
합참은 지난 달 25일 "전면전 상황이 아님에도 북한을 폭격하는 것은 유엔사의 승인사항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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