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긴급 체포했다. 국정 농단 수사망에서 빠져나간 두 사람은 결국 뇌물 혐의로 검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서울중앙지검은 31일 오전 국가정보원의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비서관등의 자택 등 10여 곳을 지금 현재 압수수색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이 매년 특수활동비 일부를 정기적으로 청와대 관계자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관련 진술 등을 확보했다.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총괄해온 이 전 실장은 안·이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찰 관계자는 "금액이 적지 않다.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 영장이 발부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첨부는 물론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검은 돈'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안·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 및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 농단' 화살 피했으나 뇌물죄 걸려 든 안봉근-이재만
안·이 전 비서관 두 비서관은 정호성 전 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그러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들 가운데 정호성 전 비서관만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 나머지 두 비서관은 혐의가 있음에도 별다른 형사 처분을 받지 않았다. 특히 안 전 비서관의 경우 최 씨의 청와대 출입 편의를 봐주거나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칼날을 피해 가는 듯했던 이들은 한층 무거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두 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긴급 체포 관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구속 영장 청구를 전제로 한 체포라고 밝힌 만큼, 향후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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