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정치인 관련 자료들을 미국에서 수집해 공개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사이트의 운영자인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는 1일 위키리크스 문건 가운데 주한 미대사관의 한국관련 전문(電文) 목록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전문은 1966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된 것이지만 주한 미국대사관이 생성한 문건은 2006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참여정부 후반 2년과 이명박 정부 초반 2년에 집중됐다.
2006년 431건, 2007년 480건, 2008년 367건, 2009년 690건, 2010년 102건이 생성된 것.
한국 정치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미국인데…
이에 대해 안치용 씨는 "대선이 치러졌던 2007년 생성문건이 그 전 해인 2006년이나 그 뒤 해인 2008년보다 많았다"면서 "특히 대선당시 MB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김경준의 BBK사건으로 미국과 적지 않은 연관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전문이 있는지, 전문이 있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주한 미 대사관은 대선 등 한국에 주요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여야를 폭넓게 접촉, 다양한 정보를 본국에 보고한 점을 감안하면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해 쉽사리 이해득실을 점칠 수 없다는 시한폭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한 미 대사관, CIA한국지부 등은 대선, 총선 등 한국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와 관련해 여야 정치인과 관료, 언론인 등을 폭넓게 접촉해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선 관련해 천영우 발언 수준의 내용 공개된다면?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가장 무능한 관료다. 마르크스주의가 빚어낸 홍위병 출신에, 거만한 사람이다" 같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의 직설적 발언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정치 분야와 관련한 어떤 핵폭탄이 떨어질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제2의 X파일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
실제로 위키리크스에는 미국이 2년 전 파라과이 대선 후보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사례,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지 알아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러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2007년 주한 미 대사관 생성 문건 목록의 태그 중에는 정치문제(POLITICAL RELATION)를 의미하는 PREL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치용 씨는 "'만사형통'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두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노건평의 신사협정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는지 여부, CIA 간첩논란을 낳았던 백영학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등에 대한 미국의 보고내용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BBK자료 수집과 관련해서는 우리 쪽에 불리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잘 나가는 고위 관료들의 대선 직전 '줄대기' 사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을 면담하려다가 무산돼 외교적 망신을 당했던 일의 막전 막후, 한나라당 쪽의 미국에 대한 접근 등이 훨씬 더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딕 체니 부통령-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더 직설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편 우리 외교라인은 이미 지난 주 미국 정부 측으로부터 공개예정 문건 2000여 개를 넘겨 받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위키리크스가 보유한 한국 문건 중 2007년 12월 분의 목록, 정치 관련을 의미하는 'PREL'태그가 빼곡하다ⓒ위리리크스 목록을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재인용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