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이통사는 현재의 할인요금제와 시장경쟁 확대 등을 통해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국민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본료와 음성 통화료 인하를 요구한다. 최근 수년 동안 공식적인 요금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고 이통사들은 매년 수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차례라는 것이다.
8일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가 주최한 이동통신비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양의모 새세상연구소 연구원,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등 주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전응휘 이사는 실제로 요금인하가 이루어져 왔으며 시장 경쟁을 통해 요금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방통위와 이통사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이사가 주장한 이동통신 요금의 몇 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다.
▲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동통신비 토론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새세상연구소 제공 |
Ⅰ. 이동통신 요금은 꾸준히 하락했다?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은 처음부터 주파수 할당에 의해 시장 진입이 제한되는 시장이다. 통신 요금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정해지기보다는 독과점요금 수준으로 왜곡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규제 당국이 해당 요금이 독과점 수준인지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비스 요금 수준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29조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2004년 9월 기본요금 1만3000원에 10초당 이용요금 20원을 인가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요금을 변경한 적도, 요금 수준의 적정성을 평가한 적도 없다.
이통사들은 2007년에 기본요금이 1만2000원, 이용요금은 10초당 18원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이통사들은 기존의 표준요금을 "일반요금", "신표준요금" 등으로 변경하고 할인된 요금을 표준요금인 것처럼 내세웠다. 하지만 표준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적용된 요금제는 명칭이 바뀐 '이전의 표준요금제'였다.
Ⅱ. 이동통신사의 이윤은 적정수준이다?
이동통신사의 초과이윤 논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이른바 '낙전 수입'이다. 이통사들이 통화 요금을 10초 단위로 과금해 실제 통화량보다 많은 요금을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은 2008년 4월 통신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에서 "낙전 수입을 제외하고도 이통사들은 충분히 초과이익이 나고 있을 뿐 아니라 요금인하 여력도 충분하다"며 "이동통신사업자 사이에서는 상호 접속료를 0.1초 단위로 집계하면서 소비자의 과금은 10초 단위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이동통신 3사와 국내 대기업, 제조업 부분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표. ⓒ녹색소비자연대 제공 |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창출 규모가 적정수준인지 따져볼 수 있는 다른 지표는 평균영업이익률이다. 제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평균영업이익률이 6~7%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평균영업이익률은 가장 낮았던 2008년에도 10%를 넘어서며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17.64%나 된다.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원가보상률(영업 수익을 비용과 적정 이윤을 포함한 원가로 나눈 수치)이다. 규제 당국이 요금 수준을 변경하지 않았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요금인가제 대상기업인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은 120%를 넘어섰다. 최근에도 2008년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이 120%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마저도 원가보상률을 산정할 때 기본값으로 쓰이는 투자보수율의 신뢰성을 봤을 때 과소평가 될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04년부터 이통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같은 판매촉진비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비용은 원가에 산정되므로 원가 보상률이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통사들의 원가보상률이 높다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Ⅲ. 통신 요금의 국제 비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통신요금 국제비교 결과는 메릴린치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메릴린치의 보고서는 국가별 과금방식에 따라 비교에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공시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어 국제비교로서의 가치가 완전히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 우리나라와 외국의 월별 통화료와 통화량을 분석한 그래프. AVG1은 월 통화시간이 많은 국가군, AVG2는 적은 국가군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통화량은 음성 통화량이 많은 국가군의 평균 통화량과 비슷하지만 요금 인하 폭에서는 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
자료를 보면 통화량이 많은 국가군이나 적은 국가군이나 음성통화 매출액 자체는 비슷하다. 이는 통화량이 많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통화료가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통사들이 우리나라 통화량이 너무 많아서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통화량이 많은 국가군이나 적은 국가군 모두 요금수준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여기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편차가 벌어진 기간은 규제 당국이 이동통신 요금 수준을 동결시킨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8월에 발표된 OECD 보고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측정 방법의 오류가 아니라 비교된 요금 상품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통화량을 소량·다량·중량으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이통사들은 중량·다량 요금제에서 우리나라가 요금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OECD가 우리나라 요금제로 선택한 것은 중량의 경우 'KT패밀리 50% 할인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일반요금제에 2500원을 더 내고 추가하는 부가 요금제로 국제 비교에 적절하지 않다.
이렇게 조합된 요금제에서는 이동전화와 유선전화 사이에 이뤄지는 통화량을 정확히 알아야 요금 수준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OECD 측에 제공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OECD 평균보다 높게 나온 중량 요금은 우리나라 통신 요금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증한다.
Ⅳ. 방통위가 주장하는 저소득층 요금감면, 보조금 축소, 가상망 사업자(MVNO) 진입, 결합상품 확대로 요금 인가가 가능하다?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새세상연구소 제공 |
보조금 축소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단말기 보조금이 전면 금지됐던 기간에 이동통신 음성통화요금이 단 한 푼도 내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매년 평균 20~30% 수준의 단말기 교체수요를 줄이는 것은 나머지 70~80% 가입자들의 요금 인하와 무관한 방안이다.
가상망 사업자 역시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기 전에나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현재로선 당장의 요금 인하에 부응하는 정책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은 있으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07년에 해외의 MVNO를 연구한 자료를 봐도 최근에 이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각각 4%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상품 규제 완화는 요금 인하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신규서비스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이다. 또한 결합상품은 단기적으로 전환비용이나 추가상품구매가 필요해 통신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으며 가입자들이 이사 등의 이유로 할인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제한된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결국 방통위의 방안은 사실상 규제 당국에 의해 억제된 요금이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형성한 원인이 됐음에도 이에 대한 평가와 조정은 하지 않고 추가적인 대책만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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