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700조 원 중 주택담보대출 341.4조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697조7493억 원에 이르는 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인 명목 국민총가처분소득은 502조797억 원에 그쳤다. 갚아야 할 돈이 갚을 수 있는 돈보다 1.39배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7포인트 오른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게다가 8월 기준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액이 341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2000억 원이 늘어난 반면, 가처분 소득은 1년 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쳐 상환 능력이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7일부터 DTI 규제를 확대 시행한 것은 당장 가계부실이 전체의 금융 시장으로 넘어갈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담을 줄어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정책적 목표라는 얘기다.
▲ 금융감독원은 7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을 10% 낮춘 50%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이미 DTI 40% 규제 받는 강남3구 효과 없을 것"
가계부채 급증의 주원인인 수도권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DTI 규제는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지난 7월에 확대 시행한 주택담보대출(LTV) 규제가 부동산 상승세를 꺾지 못한 것처럼 DTI 규제 역시 시장 자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DTI 규제로 당장 거래가 위축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겠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것까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미 강남3구는 DTI 40% 규제를 받고 있고 여기 몰린 이들은 유동성이 풍부해 DTI 때문에 매매심리가 사라지는 수요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 지역에 추가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DTI 확대 적용은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DTI 규제가 주택 거래를 위축시켜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부장은 "전세금이 올라 이참에 집을 구입하려던 이들이 규제 확대로 다시 눌러 앉으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어 전세난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DTI 규제의 효과 자체를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현재 DTI 규제가 제1금융권에만 적용되는 만큼 집을 사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이 제2금융권에서라도 돈을 빌려서 자금을 충당하려 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기는커녕 가계 이자 부담만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윤 국장은 "참여정부 때도 LTV · DTI 규제를 제1금융권에만 적용했다가 효과가 없자 나중에야 제2금융권까지 틀어막은 전례가 있다"며 "어차피 정부가 집값을 내리려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제한된 DTI 규제는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개인이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80%에 이르는 외국 모기지와는 달리 전세 제도가 있는 우리나라는 약 40%에 그쳐서 DTI 규제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해도 처음에 장기 대출로 많은 금액을 대출한 후 단기 대출로 전환하는 등의 편법이 있어 이것만으로 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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