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 청산'을 두고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최경환 의원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두 의원은 홍준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홍준표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23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고' 조치에 불복한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6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했던 분들"이라며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 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결정에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그분들이 그렇게 말하려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경환 의원은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리위원회 결정은 원천 무효이며, 당연히 취소돼야 마땅하다"며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청원 의원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인데, 이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당과 나라를 위해 홍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의원은 특히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 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해서 판단해보자"고 맞섰다.
홍준표 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두고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노욕, 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시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대선 땐 '친박 화해' → '친박 청산'
홍준표 대표가 두 의원과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다. 하지만 두 의원의 극렬한 저항에 맞닥뜨린 것 또한 홍준표 대표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친박 청산'을 염두에 두고 지난 1월 두 의원에게 '당원권 3년 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홍준표 대표 본인이 '대선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면한 바 있다. 대선 후보였던 홍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친박계 표'를 얻고자 화해를 택했던 것이다.
친박근혜계와 관계 설정에서 홍준표 대표는 이후에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하며 '도로 친박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 청산에 소극적이었던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통합 논의가 진척되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최근 바른정당 내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중 어느 정당과 통합할지를 두고 노선 싸움이 일어나자, 홍준표 대표는 지난 20일 "(국민의당-바른정당) 양당의 통합은 보수 우파, 진보 좌파 양 진영과 영호남 양 지역에서 모두 배척받는 기형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고, 홍준표 대표는 '친박 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보수 우파 통합을 위해)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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