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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손학규, 줄타기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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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로에 선 손학규, 줄타기의 끝은?

[분석] 시한부 장외투쟁, 삐끗하면 정세균 전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칩거' 전문이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을 맡았던 손 대표는 2008년 7월 정세균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물려주고 춘천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2년 넘게 그는 춘천의 '남의 집'에서 이른바 '칩거' 생활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그는 다시 서울 여의도 1번지 국회의사당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달 여 만에 그는 100시간이라는 또 다른 칩거에 들어갔다. 이른바 '국회 안 농성'이다. 검찰의 청목회 로비 수사, 이른바 '청와대 대포폰'으로 다시 촉발된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정국에서 나온 손 대표의 '카드'였다.

22일 100시간 농성을 끝낸 손 대표는 다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다른 농성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100시간을 준 것"이라고 결기 있게 얘기했던 첫 시작과 달리 서울광장으로 떠나는 손 대표의 손은 비어 있었다. 국정조사도, 특검도, 심지어 가장 낮은 수준의 '재수사'도 얻어내지 못했다.

자신은 찬바람을 맞는 '희생'을 선택하면서,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사당 안에 남겨두었다. 더욱이 당 지도부 일부조차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켰다. 4시간 넘는 진통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의 '서울광장 칩거'는 일단 29일까지다. 그의 '대정부, 대여 투쟁' 최종 성적표는 아직 기다려야 하지만, 당 대표실에서 서울광장으로 농성장을 옮긴 22일은 1차 성적을 매겨볼 수 있는 분기점임은 분명하다. 그는 100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100시간 농성', 득실은?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지난 100시간 동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엄연히 상대가 있는 싸움의 전략이었다.ⓒ연합뉴스
손 대표의 '춘천 칩거'와 이번 '농성'은 분명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그의 지위다. 춘천에서의 정치인 손학규가 고민해야 할 것은 철학적인 것들이었다. 대권 도전을 위해 필수적인 국가 운영 기조, 정치인 손학규의 개인 계획 등으로 이른바 '존재'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지난 100시간 동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엄연히 상대가 있는 싸움의 전략과 전술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찌 보면 손 대표가 한나라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적이 있는 투쟁으로서의 정치'라는 검증을 받게 된 것이면서 동시에 당내 지도력의 시험대에 선 것"이라며 "올 것이 온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농성'이라는 그의 선택은 현재 원내인사가 아닌 그의 '핸디캡' 때문이기도 하다. 평시에야 곳곳의 현장을 누비는 이른바 '현장 정치'가 가능했지만 국회의사당에서 여야가 평행선 대립을 거듭하고 전시에는 모든 눈이 여의도 1번지로 쏠린다. 이 시기, 원외라는 손 대표의 약점은 치명적이다. 자칫하면 원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여 투쟁에서 소외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의 민주당은 원내대표가 역대 최고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농성은 현재까지 성과보다는 한계를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통령과 여당은 '고집불통'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그의 농성이 끝남과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예산심의 전면 보이콧을 스스로 철회하고 원내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낮에는 국회에서, 밤에는 서울광장에서 투쟁한다는, 이른바 '주국야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 붙였지만, 예산심사 파행의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1차전 판정패다.

당내 지도부에서조차 손 대표의 이 같은 '결심'에 불만이 쏟아졌다. 장외투쟁보다는 여의도 정치의 복원에 공을 들여 온 박지원 원내대표의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은 나오지만, "이렇게 금세 돌아설 거였다면 농성은 대체 왜 했냐"는 따가운 시선은 고스란히 손 대표의 몫이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서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까지도 "예산심사의 길을 터주면 그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받을 수 있냐"며 손 대표의 '전략'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마음인데도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꼭 그 시간만큼 그의 리더십도 구설수에 올랐다.

오전에만 3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손 대표의 전략에 우려를 표명하던 의원들은 일단 뜻은 접었다. '투 트랙' 전략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던 한 의원은 "손 대표에게 설득됐다거나, 내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고 일단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단 마음껏 해보고 다시 평가하자는 의미인 셈이다.

손학규로 쏠린 시선, 그 양날의 칼

손 대표의 '도박'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장외 투쟁과 원내 투쟁을 병행하기로 한 전술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따라 그의 앞날도 달라진다. 100시간 농성의 유일하다시피 한 성과가 세간의 시선을 자신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시켰다는 점임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가 당대표실에 틀어박혀 있던 지난 닷새 간, 그가 무슨 책을 읽는지, 그의 농성장에 누가 다녀갔는지, 심지어 화장실도 안 가는 건지조차 관심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이런 시선의 집중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손학규-박지원의 '투 트랙' 전술이 성공으로 끝난다면 과정에서 있었던 당내 잡음 정도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역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그는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된다. 관심이 집중된 만큼 그의 실패도 부각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투 트랙 전술이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오긴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론이 다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관련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게다가 원내 복귀와 장외 투쟁은 서로를 갉아먹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두 전술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이슈를 증폭시키기 보다는, "원내 활동은 장외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고 장외 투쟁은 원내 복귀의 명분을 잃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삐긋하면, '약한 당 대표' 정세균의 이미지 손학규가 덮어쓴다

▲최악의 경우, 예산은 예산대로 여당의 의도대로 다 내어주고 그 과정에서 손 대표의 농성장은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원내대표는 23일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추가 폭로를 예고하면서 총알이 충분하다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총알이 모두 명중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며칠 반짝 추가 폭로가 나온 뒤, 본격적인 예산 정국이 펼쳐지면 모든 시선은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의석 구조 상 민주당이 공언한 "4대강 예산 70% 삭감"이 실현되는 것도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최악의 경우, 예산은 예산대로 여당의 의도대로 다 내어주고 그 과정에서 손 대표의 농성장은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손 대표가 정정당당하게 다시 여의도 1번지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기가 쉬운 정국이 아닌 것이다. 자칫하면,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까지 내던졌다가 11개월 만에 별다른 명분조차 없이 국회로 복귀한 '약한 당 대표' 정세균의 이미지가 손 대표에게 덧씌워질 가능성도 있다.

손학규 대표의 이같은 선명성 강화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10월 이후 손학규는 그를 당대표로 뽑아준 민주당 지지층과 '손학규 대표' 카드에 기대와 지지를 보낸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다"고 평했다.

고성국 박사는 "애초에 안 뽑았으면 모르되 일단 뽑아놓고 손학규로 하여금 당내와 고정 지지층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우둔한 짓"이라며 "(손학규 대표로 하여금) 중원으로 나가 중간층, 부동층을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집 주위만 어슬렁거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100시간 농성부터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때 이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의 청목회 수사와 대포폰 게이트는 철저하게 분리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은 소액후원제도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도, 민주당이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도 다 알지만 여당과 마찬가지로 힘 없는 사람들 위한 법을 만들어주면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 찝찝해 화끈하게 야당 편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청목회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먼저 허심탄회한 고백성사를 하고 그 다음에 청와대의 불법과 부도덕을 탓하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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