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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강만수 특보가 조용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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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강만수 특보가 조용해진 까닭은?

[분석] '부자감세', 핵심은 법인세야!

여권의 부자감세 철회 논쟁이 가닥을 잡아가는 듯 하다. 22일 정책 의원총회를 거쳐야 최종적인 결론이 나겠지만, 15일 안상수 대표가 '중재안'을 냈고, 같은 날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16일 조선·중앙·동아일보도 안상수 대표의 중재안에 무게를 실었다.

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낸 '묘안'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분리해 대응하자는 것이다. 현재 감세안에 따르면 최고세율이 각각 22%, 35%인 법인세와 소득세를 2012년부터 2%포인트씩 내릴 예정인데, 법인세는 예정대로 내리고 소득세는 재검토하자는 주장이다. 감세 문제가 '부자 정권', '부자 정당'이라는 정체성과 연관된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된 만큼 법인세는 내버려두고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하를 철회해 비판을 피해가자는 얘기다.

"감세 철회는 절대 안 된다"며 강경하던 청와대도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이 정책의총을 통해 의견을 모아 오면 수용할 것"이라고 변화된 입장을 흘렸다. '법인세-소득세 분리 대응'으로 "부자정당"이라는 정치적 비난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 내 감세 철회 논란에 대해 "법인세는 예정대로 인하하고 소득세 인하는 철회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삼성전자 법인세 유효세율 6.5%…이런데도 세율이 높다고?

법인세는 주식회사 등 법인의 소득에 매기는 소득세다.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얘기다. 현재 법인세는 과표 2억 원 이하는 10%의 세금이, 과표 2억 원 초과에 대해선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22%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2년부터 20%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25%이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09년 22%로 낮췄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법인세를 낮춰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전 세계가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22%라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쟁국가인 홍콩(법인세 최고세율 16.5%), 싱가포르(17%)에 비해 높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타당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단순비교를 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10년 기준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 일본은 30%, 프랑스는 34.4%, 이탈리아는 27.5%, 영국은 28%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6.2%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13번째로 법인세율이 낮다.

이명박 정부가 예로 드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는 도시국가로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세금감면 혜택 등을 포함한 법인세 유효세율을 따지면 결코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 2008년 10대 재벌기업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16.5%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6.5%였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기업별 외부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중소기업까지 포함된 24만여 개 흑자기업 전체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19.4%였다. 재벌기업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비해 세금 부담이 낮다는 얘기다. 여기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더 낮출 경우 그 혜택이 재벌기업에 집중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소득세 인하로 세수 2조 줄고 법인세 인하로 9조 줄어

또 감세 철회가 단순히 '부자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것이라면 소득세 인하만 재검토하는 방안에 대한 명분이 더 떨어진다.

16일 이용섭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11조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소득세 인하로 2조 원의 세수가 주는 반면 법인세 인하로는 9조 원이나 세수가 감소한다.

소득세 인하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재정건전성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법인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가 법인세 인하의 '효과'로 들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8월까지 대기업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7만3000명 감소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

투자도 늘지 않았다. 총투자율은 2009년 25.8%로 1998년 이후 11년만에 가장 낮았다. 이처럼 투자가 저조한 게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비금융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해 이미 400조 원을 넘어섰다. 2007년에 비해 35%가 증가한 것이다.

또 정부가 세금을 깎아줘야할 만큼 대기업들의 상황이 나쁘지도 않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상장법인 573개사를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3%, 영업이익은 137.7% 증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18.3%가 늘었다. 대기업들은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여권 내 '반란'에 묻어가려는 청와대?

이처럼 이명박 정부 감세 정책의 핵심은 소득세라기 보단 오히려 법인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자 감세 철회'에 동의하는 여권 인사들 중 법인세 인하 철회에도 찬성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다. '감세 철회' 깃발을 든 정두언 의원, 친박계인 이혜훈 서병수 의원, 개혁파인 김성식 의원 정도가 법인세 인하 철회에 찬성하고 있다.

침묵하는 의원들 중 다수가 법인세 뿐 아니라 소득세 인하 철회에도 부정적인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감세 철회 논란이 제기된 것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감세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법인세에 대해선 소득세에 비해 여론이 나쁘지 않고 기업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해 피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세 인하를 철회할 경우 고소득자 개개인의 반발이 집단화된 여론으로 나타나기 어렵지만, 법인세는 대기업들이 즉각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2008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밀어붙일 때 많은 이들이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정부와 청와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부자 감세"라는 비난에 "중산서민층을 위한 감세다", "부자감세는 무식한 이들의 주장"이라고 반박했었다.

청와대 입장에선 자칫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있지만, 여권 내 감세를 둘러싼 논란이 반드시 손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부자 감세 철회 논란은 어쨌든 여론의 관심을 여권 내로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의 반발'을 명분으로 슬그머니 감세 정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감세 철회'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직접 당에 전화를 걸어 '발끈'하던 강만수 특보가 요즘 조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강 특보의 '소신'은 변함이 없지만, 청와대 내의 정무라인은 강 특보 등 정책라인의 감세 고집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에서도 정책라인과 정무라인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득세 감세 철회 내지는 보완으로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소득세 감세 철회로 약간의 상쇄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며 "세수 부족 문제는 별로 도움이 안 되면서 오히려 '부자감세가 맞구나' 하는 생각을 굳혀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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