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긴급 지도부 간담회를 자청해 "정치 말살이며 행정부가 국회를 무참히 유린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12명의 대상자 가운데 5명이 소속 의원인 한나라당은 "안타깝다"면서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 벌어진 압수수색에 여야 의원들은 "후원 명부는 다 자료로 남아 있는데 12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것이 정당하냐"며 김황식 총리를 몰아붙였다. 이에 김 총리는 "(12명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시인했다.
손학규 "이번 압수수색 증거 확보용 아냐"…박지원 "추잡한 행위"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
손 대표는 "(이번 일은) 국회와 정치인 모두를 불신의 대상으로 삼는 일로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관과 정치관을 보여준다"며 "한마디로 정치를 없애고 통치만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통치관"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생각나는지 아느냐"며 "1979년 당시 박정희 군사독재 때 야당의 김영삼 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했다. 그리고 유신정권은 망했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11월 5일은 국회가 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렇게 무자비한 압수수색은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고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참으로 추잡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특히 '영부인 로비 발언'의 당사자인 강기정 의원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당한 것에 대해 "1000만 원 이상만 압수수색했다더니 강 의원은 청목회 회원은 490만 원, 광주에서 들어온 후원금을 다 합쳐도 990만 원이라고 한다"며 "강 의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당혹해하는 한나라 "검찰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나라당도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여야가 초당적 협력방안에 합의한 G20 정상회의 개최를 코 앞에 두고, 그것도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권경석, 신지호, 유정현, 이인기, 조진형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회의원의 명예가 심히 손상되는 일"이라며 "검찰이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 검찰 조사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우리도 곤혹스럽고, 전에 없던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모든 일은 법대로 조사돼야 한다, 10만 원권 후원금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큰 만큼 사실 관계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독립적으로 한 일"이라며 "우리도 본회의장에서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발끈했다. 김창수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최근의 사정국면과 관련해 말로는 여야 없는 초당적 수사를 한다더니 대낮에 국회의원들 집에 쳐들어가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이냐"며 "과거 유신이나 5공 정권 때도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제 경험으로도 12명의 의원들에 대해 한꺼번에 압수수색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G20을 앞두고 (압수수색이) 정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사유가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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