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김 권한대행을 대신할 차기 헌재 소장을 당분간 새로 지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지난 9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 수행에 동의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 9월 18일 헌법재판관들이 헌재의 안정을 이유로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 준 점을 청와대의 결단 배경으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 수장의 공백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김 권한대행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과 방향이 맞는 인사라는 점을 두루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 등이 김 권한대행과 함께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현직 재판관 중에선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가 여의치 않은 데다 1년도 남지 않은 임기를 수행하기 위해 새 후보자를 지명하기엔 정치적 소모가 크다는 점을 강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헌재는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지난 1월 31일 이후 9개월째 수장이 공석 상태이며, 이유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해 9명 중 1명이 부족한 8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헌재소장보다 9인체제를 먼저 복구해 헌재 안정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유정 전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대통령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조만간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인의 불완전한 체제를 새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해소하고 국회가 입법 미비를 해소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지적한 '입법 미비 해소'는 헌재 소장의 임기와 관련된 내용이 먼저 법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헌재소장 임기에 관한 법률안이 이춘석 의원안과 원유철 의원안 등 2개가 국회에 제출돼 있다. 헌재소장 임기를 소장 임명부터 6년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이로 인해 현직 헌법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잔여 임기 동안만 소장 직을 수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6년의 임기를 부여받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려왔다.
앞서 박한철 전 소장은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 소장직을 수행한 반면,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은 소장으로 지명되자 새롭게 6년의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헌법재판관 직을 사임해 논란을 빚은 끝에 자진사퇴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이수 권한대행의 임기 중에 입법 미비 사항이 해소될 경우 헌재 소장을 지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회가 (임기 논란을) 해소해주길 바란다"면서도 헌재 소장 지명 여부에 대해선 "답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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