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증거로 제시된 '대포폰' 파동에 대해 청와대가 일부 언론을 통해 해명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의혹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4일부터 일부 관계자들이 몇 마디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5일 일부 언론에 "(대포폰을 만든) 최 행정관과 (총리실) 장 주무관이 원래 친한 사이"라며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고 전화도 하루만 빌려줬다고 들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보도됐다. '차명폰'이라는 단어는 최근 김황식 국무총리를 포함해 정부의 여러 인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날 <연합뉴스>에는 특히 "특별한 목적이 있던 게 아니라 감청의 위험 때문에 빌려줬다고 들었다", "일개 실무자가 청와대와 무관하게 일을 하다 생긴 문제다. 야당이 정치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니라는 게 밝혀질 것"이라는 주장도 보도됐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민주당이 강기정 의원의 `영부인 모독 발언'을 덮고자 무리한 침소봉대를 연일 계속하고 있지만, 헛발질 희석을 위한 침소봉대가 기대한 만큼 '한국판 워터게이트'가 되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 "대포폰은 절도폰…이건 지인 이름 빌린 차명폰"
한나라당도 '차명폰'을 밀고 나섰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민주당은 그 폰이 대포폰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포폰이 아니고 차명폰이다"라며 "대포폰은 남의 이름을 도용한 폰, 절도폰, 분실폰, 노숙자 이름을 사용한 폰을 말하는데, 이번에 문제된 폰은 청와대 한 행정관이 지인의 이름을 빌린 폰이다. 즉 차명폰"이라며 '용어 정리'에 나섰다.
안 대변인은 이어 "결국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지인의 핸드폰을 총리실에 있는 자신의 행정고시 동기인 진경락 총괄기획과장에게 빌려준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핸드폰의 개수도 이석현 의원은 5개라고 했는데 1개"라고 강변하며 "이 사건을 청와대라는 거대한 조직이 총리실이라는 조직에 많은 수의 대포폰을 줘서 무슨 공작을 했다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것이고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또 "검찰이 은폐하려 했다면 법원에 (차명폰 사용 사실 등의 기록을) 제출했겠느냐. 그냥 범죄 혐의에 넣지 않고 아예 조사하지 않았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차명폰이면 범죄에 이용해도 되냐"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식적 해명은 오히려 여러 의문을 남긴다.
특히 민간인 불법 사찰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본질' 자체에 대한 해명도 아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5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서 대포폰이든 차명폰이든 쓴다는 것은 정말 개탄할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자기 폰을 남한테 임대해 준다는 것이 그걸 또 남한테 범죄 목적으로 준다는 것이 타당한 얘기냐"고 비판했다.
또 포항 태생으로 노동부 출신인 최 모 행정관과 증거인멸의 주역인 장 주무관이 원래 친한 사이고 대포폰까지 스스럼없이 빌려 쓸 수 있는 사이라면 평소 '업무 협조'는 훨씬 더 원할했을 수 있다 . 그리고 '일개 실무자'가 '청와대와 무관하게' 일을 하다가 문제를 만들었으면 당연히 엄중히 처벌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총리실 관계자가 '감청의 위험'을 느낄 정도면 권력기관 사이에서도 평소 도감청이 횡행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자체조사를 해놓고 '덮고 가기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향해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총리실, '대포폰' 논란 휴대폰 예산 2120만원 책정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구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최근 '청와대 대포폰' 논란에 휩싸인 특수 휴대폰 44대에 대한 사용요금 2120만 원을 내년도 예산에 책정했다.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도 국무총리실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공직복무관리관실이 KT 파워텔 휴대폰 올해보다 20대 늘어난 44대를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로부터 지급받아 사용했다고 알려진 KT 파워텔 휴대폰은 주파수공용통신(TRS)의 특성으로 휴대폰과 무전기의 기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고, 도·감청이 일반 휴대폰보다 어렵다. 김 의원은 "민간인 사찰 혐의로 구속된 김모 점검1팀장 등 공무원 24명이 바로 이 휴대폰을 사용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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