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유가족들과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회원들은 29일을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 추모의 날'로 정하고 서울광장에서 기독교 추모예배·추모 대회·분향소 설치 등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서울광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유가족과 범대위 회원 30여 명은 경찰의 원천 봉쇄 속에서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독교 추모 예배를 열고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 역시 경찰의 봉쇄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친서민 정책에 단 1퍼센트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이날 추모 예배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친서민 정책을 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단 1퍼센트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용산 참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 당국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배상도 해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 씨는 "하루빨리 용산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사랑하는 우리 남편들을 좋은 곳으로 모시고 싶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김석기 전 경찰청장을 구속 수사하라"고 외쳤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예배를 끝내고 그 자리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추모 대회를 이어나가자, 경찰은 오후 6시 30분께부터 이들을 대한문 앞에서 인근 차도로 밀어내고, 추모 대회 참가자를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이 넘어져 다쳤으며,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는 경찰에 밀려 넘어져 실신한 후 병원으로 후송됐다. 역시 경찰에 밀려 부상을 당한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어떻게 경찰이 유가족을 개처럼 끌어낼 수 있냐"며 오열했다.
대한문에서 밀려난 추모 대회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여 경찰의 서울광장 원천 봉쇄와 연행을 규탄하다 밤 11시께 강제 해산됐다. 같은 시각 서울광장에서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 문화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는 자우림, 서울경찰악대 등이 축하 공연을 했다.
이에 대해 용산 범대위는 성명을 내고 "용산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을 옮기기로 한 그 날 그 장소에서 용산 철거민을 살해한 서울경찰청 소속 악대가 축하공연을 했다"며 "축제도 좋고 문화도 좋지만 시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서울시가 용산 유가족의 절규 앞에서 희희낙락하는 것은 너무도 후안무치하고 경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범대위는 31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경찰의 연행을 규탄하고 용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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