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드림 시어터는 레이블 계약과 보컬을 잃으면서 그들의 짧은 커리어에서 이미 바닥을 쳤다. 그래서 기타 장인의 묘기와 예스(Yes) 스타일의 키보드, 오페라 비슷한 보컬로 채워진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당시 니르바나(Nirvana) 마니아의 시각에서 보면 관뚜껑에 못질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지스 앤드 워즈’는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지스 앤드 워즈’는 드림 시어터의 작품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만 장 이상이 팔려 미 음반협회(RIAA)가 부여하는 ‘골드’ 등급을 받았다. 고도의 연주 기술에 더해 대중에게 와닿는 멜로디가 어우러진 이 앨범은 그런지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록이 헤비 메탈의 자리를 대체해가던 1990년대 록에 새로운 영감을 줬다. 또 밴드는 이 앨범이 가져다 준 명성을 바탕으로 이후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포섭한 음악 실험을 계속해 갈 수 있었다.
2017년 드림 시어터는 ‘이미지스 앤드 워즈’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미 7번의 내한 공연을 치렀던 한국 역시 방문 국가에 포함됐다. 16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8번째 내한 공연이 열렸고, 드림 시어터는 ‘이미지스 앤드 워즈’에 수록된 전곡을 앨범에 담긴 순서대로 연주했다. 드림 시어터의 오랜 팬이라면 추억에 잠길만한 자리였다.
이날 공연의 세트 리스트
Act 1
The Dark Eternal Night
The Bigger Picture
Hell's Kitchen
The Gift of Music
Our New World
Portrait of Tracy(Jaco Pastorius cover) (John Myung solo)
As I Am(bridged with an excerpt of Metallica's 'Enter Sandman')
Breaking All Illusions
Act 2 (Images and Words)
Pull Me Under
Another Day
Take the Time(extended outro with a John Petrucci guitar solo)
Surrounded
Metropolis P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with a drum solo by Mike Mangini during the middle part )
Under a Glass Moon
Wait for Sleep(with extended keyboard intro)
Learning to Live
Encore
A Change of Seasons: I The Crimson Sunrise
A Change of Seasons: II Innocence
A Change of Seasons: III Carpe Diem
A Change of Seasons: IV The Darkest of Winters
A Change of Seasons: V Another World
A Change of Seasons: VI The Inevitable Summer
A Change of Seasons: VII The Crimson Sunset
출처: 에이아이엠, setlist.fm
1부 공연에서는 지난해 나온 신보 ‘디 어스토니싱’(The Astonishing)에서 선정한 2곡 등 ‘이미지스 앤드 워즈’ 이후 앨범에서 1곡씩을 골랐다. 록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밴드답게 볼거리도 많았다. 키보디스트 조던 루데스는 아이패드 앱을 이용해 연주했고, 베이시스트 존 마이엉은 요절한 천재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를 기리는 곡을 연주했다. 데뷔 당시 ‘러시와 메탈리카가 만났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드림 시어터는 1부 말미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을 몇 소절 연주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15분의 휴식 뒤 2부가 시작되기 전 무대는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갔다. 니르바나의 ‘스멜 라이크 틴 스피리츠’, 펄 잼의 ‘이븐 플로’ 등 당시 유행한 록 음악들이 짤막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드림 시어터의 ‘신보’를 소개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드림 시어터가 25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멤버 구성의 변화다. ‘이미지스 앤드 워즈’를 함께 만들었던 당시 키보디스트 케빈 무어는 후속 앨범 ‘어웨이크’(Awake) 제작 후 밴드를 나와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드러머들의 우상이었던 마이크 포트노이도 2010년 밴드를 탈퇴했다. 이들의 자리는 현재 조던 루데스와 마이크 맨지니가 맡고 있는데, 스튜디오 레코딩에서나 들을 법한 연주를 무대에서 고스란히 재현하는 드림 시어터의 실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싱글 차트 10위를 기록했던 ‘풀 미 언더’, 앨범 발매 당시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케니 G를 만났다”라는 평을 들었던 ‘어나더 데이’,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의 송가와 같았던 ‘테이크 더 타임’과 마이크 맨지니의 드럼 솔로가 함께한 ‘메트로폴리스 파트 원’ 등이 이어졌다.
관객과의 소통을 주로 맡았던 보컬 제임스 라브리에는 공연 중간중간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1994년 앨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는가 하면, ‘이미지스 앤 워즈’의 성공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트랙이었던 11분30초의 대곡 ‘러닝 투 리브’에서 관객의 ‘떼창’을 유도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다시 등장한 밴드는 1995년 발매한 EP 앨범 ‘어 체인지 오브 시즌스’에 수록된 러닝 타임 23분의 타이틀곡을 ‘덤’으로 안겨준 뒤 무대를 내려왔다.
2012년 ‘이미지스 앤드 워즈’ 발매 20주년을 맞아 비평사이트 <클래식 록 리뷰>가 낸 리뷰는 드림 시어터의 ‘메트로폴리스’를 한동안 경기 전 입장 음악으로 틀었던 미 프로농구(NBA)의 강호 샌 안토니오 스퍼스를 언급하며 밴드가 대중음악계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음악이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고 썼다.
대도시 연고의 구단도 아니고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강팀도 아니었던 스퍼스는 선수 간 유기적인 플레이를 중시하는 전략과 팀 컬러로 지난 20년간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1989년 데뷔 이후 드림 시어터의 총 앨범 판매량은 1200만 장으로 동시대 ‘슈퍼 밴드’에 비해 양적으로 낫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드림 시어터가 대중음악계에 미친 영향과, 수십 년의 커리어를 쌓아오면서도 쇠퇴하는 록스타가 되지 않고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연주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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