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반한나라당 구도로 치러야 승리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좋고, 그러니까 야권이 뭉치자는 주장도 좋다. 그것이 민주정당과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대통합 단일정당을 지향하는 것이든, 민주연합당과 진보연합당 두 갈래로 통합한 뒤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이든 좋다. 어떻게든 뭉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방안이 실현될 토대가 문제다.
본 적이 없다. 야권 연대가 순풍순풍 옥동자를 낳는 걸 본 적이 없다. 지난 6.2지방선거 때에도 그랬다. 일찌감치 5+4협의체를 꾸려 연대책을 모색했지만 입씨름만 거듭하다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선거 막판에 가서야 벼락치기로 후보별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대 대의보다 앞서는 게 이익과 지형이다. 선거판세가 짜여야, 그 판세에 따라 후보별 유불리가 드러나고, 그래야 양보와 거래가 이뤄진다. 이게 정치 생리다.
헌데 공교롭다. 그 때가 되면 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에 문제가 생긴다. 대권-당권 분리원칙에 따라 손학규 체제가 2011년 12월에 물러남에 따라 총선을 관장하는 지도부는 관리형으로 짜일 수밖에 없다. 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키기엔 턱없이 역부족인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 6.2지방선거에서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합의 발표를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여기서 도출된다. 야권 연대의 데드라인은 내년 12월 전까지여야 하고, 방법은 통합이어야 한다. 민주당 주주가 평당원이 아니라 최고위원 신분일 때 거래 품목(지분) 갹출을 압박해야 그나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기에 그렇다. 총선 판세가 짜이기 전인 이때에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 없기에 그렇다.
데드라인과 방법을 못 박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나라당이다. 재현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2008년 총선과 같은 공천 전쟁을 재현할지 모른다. 공천 결과가 곧 대선후보 당내 경선 판세를 좌우하기에 친이와 친박이 한 치 양보 없는 공천 전쟁을 벌이고 그 결과 여권 분열상이 총선판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 개연성이 현실화 되면 야권 연대는 더욱 힘들어진다. 제일 덩치가 크고, 가장 많이 양보해야 할 민주당이 시치미 뚝 떼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여권의 분열상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해 안면몰수 할 수 있다.
거듭 확인한다. 지금 백가쟁명 양상으로 전개되는 야권 연대 논의 시한은 내년 12월 전까지다.
헌데 이 또한 공교롭다. 너무 멀다. 대선과 총선이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민주당 주주들이 꿈을 접지 않는다. 대의에 사익을 종속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사익을 팽창시키는데 골몰하기 십상이다. 야권 통합이 아니라 민주당 내 세력 흡수에 올인하기 십상이다.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12월 전까지 대통합 단일정당이든, 양 갈래 민주·진보 연합당이든 통합을 이루게 되면 현실적으로 6.2지방선거 결과가 거래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어렵다. 지방선거 결과의 편차가 너무 큰 만큼 거래의 유불리도 확연하게 갈려 통합 의지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한다.
실상이 이렇다. 유행가 가사처럼 읊조려지는 야권 연대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는 상태서 운위되는 당위명제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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