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가 4일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고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장에 나서는 등 실질적으로 총리 업무를 시작했다.
김 총리는 대체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지만 "총리직도 남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총리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감사원장을 포함해서 공직생활을 38년 가까이 했는데 이게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총리직도 남 못지않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는데, (남들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아니다. 자신 있다' 이렇게 하는 건 겸손하게 보이지 않아서, 짐짓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대법관, 감사원장 등을 거쳤기 때문에 충분한 행정경험을 쌓았다.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를 거쳐 그 당시 이회창 총리처럼 대권으로 가는 게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저는 제 분수를 안다. 제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역할에 맞게 할 작정이다"고 답했다.
국감 이후 당정청 '9인 회동'재개
안 대표는 "또 (김 총리는) 최초의 전남 출신인데 화합, 탕평 등 이런 이념에 맞기 때문에 우리 호남 분들의 기대도 굉장히 크다"며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 총리도 "지역색을 넘어 국정운영에 전체적인 큰 그림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거론됐던 '당정청 고위급 9인 회의'는 곧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대표는 "그간 총리 공석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매우 아쉬웠다"며 "국감 이후 바로 고위당정회의 재개, 9인 회동에 김 총리가 참석해 채소값 폭등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주요 현안에 대해 당정청이 긴밀히 협조하자"고 말했다. 이 회동에는 한나라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청와대 대통령실장, 정책실장, 정무수석,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특임장관이 참여하게 되어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 총리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총리가 먼저 "대표 수락연설 내용을 들었는데 저희가 생각하는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 만드는 것과 궁극적으로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공정한 사회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총리도 바로 그런 것 때문에 공정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가 특권이 판치고 반칙이 횡행한다는 인식이 많아 청문회 때 고생했을 것이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손 대표는 "공정사회를 실현하다는 것이, 우리 서민들과 평범한 국민에게는 아주 공허한 것이 느껴지는 게 많은 것 같다"면서 배춧값 문제를 거론했다.
손 대표가 "대통령이나 총리가 냉해가 있고 폭우피해로 농작물 피해가 많을 텐데 미리 대비하라고 얘기했으면 이렇게 안 된다"고 말했지만, 김 총리는 "대표님이 그런 현장 확인을 많이 했으니까 관련해서 조언 많이 해 달라"고 받아넘겼다.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의 길을 먼저 걸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김 총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치면서 이 대표가 걸어온 길을 비슷하게 따라왔다"며 "이 대표를 법원 시절부터 존경해온 만큼 이 대표의 성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총리는 '무늬만 총리', '의전 총리' 등으로 남지 말고 진정한 총리의 역할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총리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을 조정하고 융화시키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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