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후보의 순위는 4위, 종합득표율은 11.6%였다. '빅3' 다음으로 선전한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기층 당심에 변화 욕구가 만만치 않게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고 계파색이 옅은 천정배 후보를 5위(10.1%)로 끌어올린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달리 읽을 수도 있다. 이인영 후보가 거둔 득표율이 1인2표제에 따른 2순위 득표라는 일반적 분석을 참고하면 그렇다. 이인영 후보로 상징되는 진보개혁노선은 후순위다. '빅3'의 인지도, 그들의 국민지지율을 제치고 '올인 투자'를 할 만큼 안전상품은 아니다.
이 점을 증명하는 게 이인영 후보의 득표내용이다. 그의 대의원투표 득표율은 14.6%, 당원 여론조사 득표율은 4.5%였다. 다른 후보 7명의 대의원-당원 득표율 차가 거의 없거나 많아야 2배(최재성 후보)였던 데 반해 이인영 후보는 세 배의 격차를 보인 것이다.
조직논리에 충실한 대의원보다는 당원이, 당원보다는 국민이 좀 더 강하게 진보개혁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거꾸로 나왔어야 한다. 그의 당원 득표율이 대의원 득표율보다 많았어야 한다. 천정배 후보가 비록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대의원(9.7%)보다 당원(10.9%)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처럼 이인영 후보도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인영 후보의 인지도가 그만큼 낮았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진보개혁을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대중적 인지도 또한 상당한 어떤 이가 있다면 민주당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빅3'의 기득권을 깨고 계파 논리를 부수면서 민주당을 한층 강화된 진보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없다. 아직은 그런 인물이 없다. 그래서 변화 욕구를 결정적으로 분출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어떨까? 아직은 없지만 앞으로는 나올 수 있을까? '백마 탄 왕자'가 바람 같이 나타나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대권가도에 주단을 깔 수 있을까? 모른다. '백마 탄 왕자'가 민주당의 기존 구성원이 아니라 정치 바깥에서 도래하는 경우라면 혹시 모른다.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상정하기 어렵다. 그럴 가능성을 머지않은 미래로 보고 입 벌리고 누워있기는 어렵다. 어떤 조짐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스포츠 경기에 구원투수도 있고 조커 스트라이커도 있다지만 그들 또한 엄연한 야구선수이고 축구선수다. 그 '바닥'에서 수년 동안 '내공'을 갈고닦은 선수들이다. '대타 외부인'은 그렇지 않다. '시구자' 또는 '시축자'가 본게임에서 뛰려고 하면 책임·정당정치 원리를 흔들면서 이미지 정치만 키울 수도 있다. 게다가 '급조된 외부인'의 한계도 절감한 바 있다. 문국현 모델 말이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면 관전 포인트는 단순해진다. 이인영 새 최고위원이 '내공'을 얼마만큼 다질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빅3'의 틈바구니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지 지켜보는 것이다. 조직과 계파의 틈바구니에서 진보개혁 벨트의 초석을 놓을지 지켜보는 것이다. 기득권 아성에 진보판을 깔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다. 그럼 알 것이다. 그의 '제한된 선전'이 구색맞추기용 간택 결과였는지 태풍에 앞서 부는 산들바람이었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 어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장면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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