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 부결 사태'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자유한국당이 주도한 색깔론에 편승해 부결에 일조한 국민의당은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내려고 (부결)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이 호남 민심과 다른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헌재소장 후보자가 균형 감각을 갖고 있는지,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지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후보자를 낙인 찍은 데 대해서 안철수 대표는 "동성애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닌 분들도 많다. 사람마다 각자 판단 기준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동성애에 대한 김이수 후보자의 의견은 참고 사항 정도이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자는 차원에서 국민의당 내에 반대 표가 많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철수 대표의 태도는 다른 야당으로부터도 부적절하다고 지적받았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안철수 대표는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및 헌재소장 최장기 공백 사태에 일조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이 부결됐다. 유구무언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적었다. 쇠뿔을 잡으려다 소를 죽였다는 뜻으로, 여당을 견제하려다가 국민의당이 더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한 셈이다.
우원식, '부결 사태' 책임 지고 거취 표명하기도
더불어민주당은 원내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우원식 원내대표가 '거취 표명'을 하는 등 술렁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부결 사태 직후 긴급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중진 의원들이 만류해 뜻을 접었다.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진 의원들은 "여소야대 국회이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데 무한 책임을 지고 자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진의원들은 임명 동의안에 어깃장을 놓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성토했다고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탄핵에 대한 불복이자 정권 교체에 대한 불복"이라는 격앙된 성토도 나왔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이날 부결 직후 "민주당 120명 의원은 다 표결에 참여했다. 부결 사태는 명백히 그런 국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에 대해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을 야당에 돌렸다.
이번 부결 사태로 '협치'에는 더 험난한 길이 놓이게 됐다. 새로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소속 의원 6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정의당은 이번 부결 사태를 '보수 야당의 발목 잡기'라고 규정하며 자유한국당을 규탄했지만, "부결 결과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야당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국회 운영에 따른 표결 전략 부재가 완전히 드러났다"며 "적임자를 지키지 못하는 여당의 무능이 개탄스럽다. 단 두 표만 더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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