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하에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의 명칭은 '대중소기업동반성장 전략회의'였다. 이 회의 이후 청와대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책임자로 하는 범부처 차원의 동반성장 추진 점검반을 운영해 매월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관련정책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희정 대변인은 "그동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총 4회에 걸친 회의와 간담회가 있었고 이날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회의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천 청사에서 정부 대책을 발표한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은 "(지금까지와 달리) '상생협력'이라는 용어 대신 '동반성장'이란 용어를 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나 김 대변인의 말대로 이날 회의에선 '상생협력'이라는 단어는 찾기 어려웠고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많았다.
"상생은 '어감'이 좋지 않다"고 선수 쳤던 전경련
단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나왔다. 전경련은 지난 9일 회장단 회의에서 "상생은 어감이 좋지 않아 서로 발전하자는 의미에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앞으로 쓰기로 했다"고 뜻을 모았다.
▲ 전경련이 '동반성장'을 먼저 치고 나왔던 지난 13일 청와대 간담회 모습ⓒ청와대 |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재벌그룹 총수들의 조찬간담회에서 전경련의 '동반성장' 드라이브는 좀 더 구체화 됐다.
당시 전경련은 "'상생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인식의 전환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기존 실무부서 차원의 협력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최경환 장관이 "지금까지 대·중소기업간 관계에서 '상생'이란 단어를 많이 썼는데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시혜적으로 베풀고 정부 의도로 마지못해 참여한다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는 전경련의 주장의 정리판으로 들린다.
청와대의 '야심찬' 상생협력 드라이브가 재벌에 의해 방향 전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잘 해나가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은 무한대가 아니라 필수적인 역할만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반성장'대책 효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등 5개 대기업이 1조 원 규모의 '동반성장기금'을 2012년까지 조성해 각기 자사 협력업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화답했지만 이에는 7%의 세액공제 혜택도 뒤따른다.
최경환 장관이 이날 "대기업이 두부나 콩나물도 한다고 하면 안 되지 않겠나"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속은 없다는 지적도 많다. 고질적 병폐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보완책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는데 그쳤다. 협상권은 개별 중소기업에 국한시켰다. 쉽게 말해 단결권은 인정하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불허한다는 이야기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중소기업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선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일갈을 가하기도 했다.
3개월여 동안 논의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한 토론과 논의는 오늘로써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제는 구체적 정책과 실천이 뒤따르게 된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미흡하다"는 평가와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이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기업 때리기'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결국 재벌의 힘은 막강하다는 사실을 재확인됐다.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슬로건이었던 '동반성장'이 정치적 배경은 다를지언정 비슷한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부활했다는 정도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당시 '동반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일부 보수언론은 이번에는 외려 상생협력 대신 동반성장이 부상하는데 한 몫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무기는 '포퓰리즘' 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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