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회장 이용섭 민주당 의원)가 28일 정세균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자, 29일 일부 회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손학규 후보를 돕고 있는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개인 명의의 성명까지 냈다.
물론 청정회가 애초부터 정치적 지향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된 모임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는 10월 3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 그룹이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통한 분화를 시작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계승하는 리더십은 정세균" vs. "청정회 전체 의견 아니다"
청정회는 정세균 지지 성명을 통해 "김대중의 철학과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발전할 정통성 있는 리더십, 진보세력과의 연대에 헌신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486(40대, 80년대 학번, 6월항쟁 세대) 그룹이면서 친노 진영인 백원우 의원이 '486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하면서 뚜렷한 대표 후보가 없었던 친노 진영이 정세균 후보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이들은 1인 2표제로 치러지는 투표에서 1표를 정세균 후보에게 던지기로 약속했다.
▲ 10월 3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나온 민주당의 '빅3'. ⓒ연합뉴스 |
하지만 하루 만인 29일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 청정회 일부 회원이 "정세균 후보 지지 반대"를 선언했다. 이광재 강원지사, 윤승용 전 홍보수석, 송민순 의원 등 15명의 청정회 회원이 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세균 후보가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인가에 대해 상당수 청정회 회원은 회의감을 갖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정세균 후보가 보여준 리더십은 '선당후사의 헌신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전체 의견수렴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부 소수 회원들이 일방적으로 성명서를 작성한 뒤 이를 언론에 발표한 점은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이강철 전 수석은 개인 명의 성명까지 냈다. 이 전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와 원칙에서 보자면 '정세균 지지' 성명은 노무현 정신의 심한 왜곡"이라며 "얄팍한 이해관계에 따라 청정회라는 이름을 빌어 '줄세우기 정치'를 거부해 온 노무현 정신을 팔고 정세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노 대통령이 추구했던 새로운 정치라는 가치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정세균 지지 성명을 낸 측은 "청정회 모임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구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엇갈린 행보 걷는 친노 그룹의 승자는?
사실 친노 진영은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대부분 정세균 후보를 밀었었다. 당시 강력한 당 대표 후보였던 추미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악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었다. 또 뚜렷한 당내 지지 기반이 없었던 정세균 후보와 손을 잡아 당내 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섞여 있었다.
이런 목적은 이번 '공개적 지지 선언'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2년 전 추미애'와 마찬가지로 친노 진영이 절대 지지할 수 없는, 유력한 당 대표 후보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친노 진영과 감정적 골이 깊게 패인 정동영 후보다. 그 배신감을 희석시킬 시간도, 계기도 없었다.
정동영 후보만큼은 아니지만, 손학규 후보와 친노의 감정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손 후보의 민주당 입당을 반대했었다. 한 청정회 회원은 "손학규 후보도 정동영 후보도 이번 선거에 나오면서 자신들의 약점에 대한 반성문을 내놓았지만 친노에 대한 정중한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원은 "친노의 정세균 지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강철 수석 등 일부 친노 인사가 손학규 후보 측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정세균 전 대표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년 간 당 대표를 하고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정세균 후보의 재집권이 민주당의 2012년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강철 전 수석은 "과연 정세균 후보가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년 만에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는 민주당내 친노 그룹의 1차전 승자는 나흘 뒤에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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