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 100여 명은 이날 전세 버스 3대 나눠타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면담한 후, 청와대로 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늘 우리는 5000만 국민이 핵 인질로 잡혀 있는 안보 먹통 정부에 대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방송 장악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을 듣기 위해 청와대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 방문 일정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에 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후 항의 방문 직후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맞이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자유한국당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오거나 임종석 비서실장이 나오는 방안을 역제안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 영빈관에 입장한 후 비서실은 대통령뿐 아니라 비서실장 면담도 어렵다며 정무수석을 만나고 가라는 언질을 했다.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두 번 전했는데도, 비서실장이 나오기 어렵다는 최후 통첩을 듣고 영빈관에서 퇴장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자유한국당은 법원이 지난 1일 '부당 노동 행위' 혐의를 받는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하자 지난 2일부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이 이날 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하며 '보이콧' 명분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 실험을 하자, '안보' 문제를 보이콧의 또 다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지난 4일 국회가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본회의에 자유한국당은 보이콧 방침 때문에 불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장겸 사장이 자진 출석했는데도 보이콧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MBC 사장 한 분의 체포 영장 발부 하나로 국회 불참을 결정한 게 아니다. 그 문제가 도화선이 됐지만, 그동안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음모가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방송 장악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구호 외치겠습니다. 한미 동맹을 통한 대북 제재 강화하라, 사법부 이념화 중단하라, 방송 장악 중단하라, 인사 참사 사과하라, 공영 방송 탄압하는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핵 미사일 데드라인 넘어셨다, 안보 무능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무엇이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호를 외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자리를 떴다. 한 기자가 "국회를 비우면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국회를 비운 건 아니죠. 국회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요"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다른 청와대 방문객들에게도 환대받지 못했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시민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저 쓰레기들 누구야?"라고 말했고, 이에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쟨 뭐야?"라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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