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등 대기업 총수들을 모아놓고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대기업 총수 12명과 청와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잘해 주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못 사는 것은 나라도 어쩔 수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사회가 잘 되는데 서민들의 생활이 개선이 안 되고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못 사는 것은 나라도 어쩔 수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격차가 벌어지면 사회 갈등이 심해지고 기업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것도 자기들만 살려고 한다는 생각이 생길 수 있다"고 양극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도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좌판에서 장사하는 사람 만나지는 않는다"고 자찬하면서 "나가면 확실히 장사 안 되는 거 (보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70대 할머니는 자기 보다 힘든 사람 도와달라고 하면서 자기는 버틸만 하다고 하고 (더) 못한 사람 도와달라는 걸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대기업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동반성장하자고 하지만 모든 걸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식을 바꿔서 기업 문화를 바꿔보자. 아무리 총수가 그렇게 생각해도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사회 드라이브'에 대해 "나도 선거 때도 공정사회 이야기 해왔던 사람이다"면서 "나는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관계, 공정한 사회에 걸맞느냐"
이 대통령은 "아직도 생각하면 (나는) 기업 마인드지 정치 마인드가 아니다"면서 "이 공정 사회가 사정과 연결되는 거 아니냐는데 나는 그런 생각 추호도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공정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공정한 사회에 걸맞느냐, 공정한 거래냐,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기업 총수들을 대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사실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런 생각을 갖고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 왔는데 협력업체 단계가 2차, 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서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며 "나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이 앞서 이 대통령이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석채 KT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에 '공정사회'를 언급하는 동시에 이학수 삼성그룹 고문 등 기업인들을 사면한 바 있다. 당분간은 '당근'보다 '채찍'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사다.
한편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도 안 되는 건 사실'이라는 말씀은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달 된 것"이라면서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뜻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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