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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유명환과 그 아들·딸…또 다른 '외교부 장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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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유명환과 그 아들·딸…또 다른 '외교부 장관의 딸'

[프덕프덕] 성인이 되지 못한 성인 자녀들과 그들의 아버지

아버지와 자녀의 행보가 연달아 화제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아버지의 힘으로 특혜를 받아 아버지 직장의 특채에 합격한 딸은 단연 돋보인다. 이 부녀(父女)에 만만치 않는 시선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부자(父子)도 있다. 한 여성 작사가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수 태진아 씨와 그의 아들 이루 씨다.

장관 아버지와 가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딸과 아들의 공통점

두 아버지는 직업도 배경도 전혀 다르지만 또 완전히 똑같다. 자식 사랑 뽐내기 대회가 있다면 1위 자리를 놓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를 벌일 태세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 아버지는 '고위 공직자'라는 자기 신분을 통째로 걸고 딸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정부 부처의 특채에 두 번이나 특별 채용했다. 딸을 위해 채용 기준까지 바꾸는 과감한 선제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 딸의 특혜 문제로 사퇴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또 다른 아버지도 지지 않는다. 아들의 '전 여친'이 폭로한 "임신, 낙태 강요" 주장에 아들은 철저하게 뒷방에 숨겨 놓고 온갖 포화를 대신 맞았다. 웬만한 진흙탕은 저리 가라 수준의 진실공방에서 아버지는 철저하게 본인 혼자 아들의 대변인 역할을 감당했고, 전 여친의 부모까지 직접 만나 사과 각서도 받아냈다.

두 아버지의 딸과 아들도 마찬가지다. 끝내 아버지 옷을 벗게 만든 장관 따님께서는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개인 사정으로 결근을 하면서 엄마를 통해 그 소식을 직장 상사님께 통보했다. "직접 전화하지 그랬냐"는 소심한 타이름에 장관 따님은 "아빠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대신 했다"고 조용히 상사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역시 아버지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스물 여섯 가수 아드님은 전 여친과 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직접 나서 해명하는 용기는 역시 미처 못 챙기셨다. 아버지가 전 여친으로부터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며 두 부자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온 뒤에야 카메라 앞에 나와 "아버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입을 닫았다.

성인이지만 어른이 못 된 자식들

▲ 최근 한 여성 작사가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수 태진아 씨와 그의 아들 이루 씨. ⓒ연합뉴스
이미 법적으로도, 사회 통념으로도 어른이 되고도 남은 두 아들과 딸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부모에게 기대 모든 것을 풀고 있다.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부모 탓"이라지만 이들은 저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릴 수 있는 위기의 순간마저 부모 덕분에 살아남는다.

법적 성인이지만, 이들은 어른이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를 둔 덕인지, 그 탓인지 그들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

평범한 '자식'들은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도 감당이 안 되는 취직 전쟁에서 뿐 아니라, 보통의 우리네도 이별 전후로 겪기 마련인 전 애인과의 밑바닥 싸움까지 모두 대신해주는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어른되기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발버둥치고 있는 수많은 젊은 세대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원천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내 스펙도 소용없고 아버지더러 스펙을 쌓으시라 해야겠다"는 자조 섞인 냉소는 '잘난 부모'를 두지 못한 이들에게 풍자가 아닌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의 20~30대는 아버지 세대와 전혀 다른, 불공정한 자원 배분이라는 조건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계급은 자녀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버마로 떠난 또 다른 장관의 딸

이들 두 아버지와 자녀를 지켜보며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관과 그 따님이 있다. 역시 아버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내셨다. 그 딸 역시 장관 아버지에 지지 않는 미국 하버드 법대생이었다.

어느 장관의 딸이 '아빠 직장'에 취직하겠다면서 영어 점수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아버지 부하 직원들을 생고생 시켰던 것과 달리 이 딸은 아버지가 외교부 차관보였던 2005년, 외교부 직원이 아닌 NGO 활동가로 버마(미얀마)를 찾았다. 버마 민주화 연대 활동을 위해서였다.

당시 나이, 이루 씨와 같은 스물 여섯. 또 다른 장관 딸은 버마에 머물면서 군부독재에 맞선 '버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언론사 기고도 썼고, 한국 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현지에서 자행하고 있는 각종 폭력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있는 전 외교부 장관과 그의 딸이다. 과연 어느 부녀가 더 '공정한 사회'의 사례로 적합한 것일까?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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