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아간단다. 계기를 결과로 굳힐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아마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 "어쩌면 정부·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일)" 일지 모른다고.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사정 드라이브를 뜻한다는 일반적 관측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한 사회'를 강제하기 위해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 정말 청와대에 복이 될까?
맞다. 복이 된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한다면, 오로지 사정만 진행한다면 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자기편'부터 쳐야 한다. 정부·여당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된 지지기반인 기득권자 또한 먼저, 호되게 쳐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그럴수록 사정 추진력이 빠진다. 원칙적인 사정이 핵심 지지기반의 이완과 이탈을 불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 뿐인가. 대통령 친형의 '사찰 몸통' 논란이 불거졌고, 대통령 친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피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이를 돌파하면 정권 기반이 흔들린다.
물론 방법은 있다. '집토끼'의 이완과 이탈을 감수하는 대신 '산토끼'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정권 기반을 다시 다지면 된다. 높은 도덕성을 앞세우고 사정의 엄중함을 내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면 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진심으로 지지를 보내기에는 보고 겪은 게 너무 많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했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과장된 것이다. 청와대를 향한 민심을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된 일방적 희망이다.
▲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이명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공정한 사회'를 21번 언급했다. ⓒ청와대 |
사정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본격적으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 즈음에 또 한 번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총리는 물론 외교·문화·지경부 장관 후보자(문화·지경부 장관을 새로 지명할지 미지수이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자리가 총리직이다 보니, G20 정상회의가 코앞이다 보니 미룰 수가 없다. 어차피 10월 초가 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된다.
국정감사도 있다. 정부의 공정한 정책과 공정한 인사를 검증하게 될 국정감사 역시 10월 초부터 열리게 돼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사가 '공정'의 잣대 위에 올려지게 돼 있다.
여기서 다시 삐끗하면 공염불이 된다. '공정한 사회' 구호도, 사정 드라이브도 빛이 바랜다. "공정한 사회의 기준"도 '원칙적인 사정'도 이율배반 현상 앞에서 힘을 잃는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무모한 것이다. 앞에 놓여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치 않은 모험수다.
어쩌면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전망이 맞을지 모른다. 청와대의 "공정한 사회" 구호가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그의 진단을 두고 하는 말만이 아니다. "시의적으로 적절하다"는 그의 또 다른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정한 사회" 구호를 앞세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사정이 지지기반의 동요를 가져오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정리해서 말하면 시한부로 적절하다. 잇따른 낙마사태로 궁지에 몰린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원포인트 이벤트로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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