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라디오에 '정부·해경·헬기' 단어 나오면 '삭제하라' 지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라디오에 '정부·해경·헬기' 단어 나오면 '삭제하라' 지시"

MBC 라디오 PD 40명, '제작 자율성' 요구하며 28일부터 파업 진행

MBC 라디오에서 DJ 목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BGM만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MBC라디오 PD 40명이 28일 오전 5시부로 제작을 중단했다. MBC는 이들이 파업을 하자 프로그램 진행자 없이 음악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앞서 25일 MBC 라디오 PD 40명은 "28일 오전 5시를 기해 전면적인 제작 거부를 선언한다"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등 경영진이 물러나고 제작 자율성을 되찾는 그날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MBC 라디오 PD들은 파업 첫날인 28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라디오국에서 벌어진 검열, 부당 개입 등의 구체적 사례를 공개했다.

‘세월호’ 세 글자 라디오 타는 것을 꺼려한 간부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MBC 라디오 간부들은 '세월호' 관련 내용이 라디오를 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일례로 세월호 1주기인 2015년 4월16일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 사람이 사는 세상> 제작진은 세월호 참사 당시 20여명을 구조한 어민을 만나 취재했지만 노혁진 당시 라디오국장은 이 프로그램 내용 관련, 사전 검열을 요구했다.

그 결과, 특정 단어(정부, 해경, 헬기)의 삭제와 프로그램 내용 방향의 수정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20여 명을 구조한 어민에게 당시 상황을 듣는 내용이 아닌 세월호에서 기름이 유출돼 손해를 입은 어민 사연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수정 지시가 있기도 했다.

또한, 섭외된 인터뷰이의 취소를 지시하기도 했다. 세월호 기록단 활동을 한 박민규 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뷰와 관련해 노혁진 당시 라디오국장이 <그건 이렇습니다 이재용입니다> 프로그램 담당PD에게 "이 사람 내가 아는데 위험한 사람”이라며 인터뷰 취소를 지시했다는 것.

또한 세월호 1주기날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 MC 강석우 씨가 “빨리 수습이 돼야 할텐데…대통령은 어디 밖에 나가신다고 하고, 국무총리는 이상한 일에 연루돼 공백 상태가 될 거 같고, 그럼 이거 해결 되겠습니까?”라고 즉석 멘트를 하자, 당시 노 국장이 생방송 중인 PD를 호출, 발언 경위를 추궁하고 방송 원고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3초 뿐인 손정은 아나운서 분량마저도 빼라고...

파업에 참여한 인사에 대한 보복성 출연 거부지시도 내려왔다. PD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우리는>에 참여한 손정은 아나운서 관련, 한 달여 만에 손 아나운서를 빼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당시 손 아나운서의 분량은 짧게는 3~5초 정도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빼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2012년 파업이 끝난 뒤 MBC 간판 아나운서 오상진, 박혜진 등은 라디오 출연 자체를 하지 못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4일 MBC 라디오 PD들은 성명을 내고 "그간 MBC 라디오는 청취율·신뢰도 추락을 거듭했고, 추락의 이면에는 추악한 간섭이 존재했다"며 <신동호의 시선집중> 등 시사프로그램에서 지속적인 아이템 검열·제작 개입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도인 편성 제작 본부장이 제작진에 연락해 아이템과 인터뷰를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러한) 부당한 지시에 반발한 PD에겐 인사 불이익이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간 진행된 부당노동행위도 언급했다. 이들은 “노혁진 전 라디오국장은 새로 입사한 PD들을 불러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회유하고 보직 간부들을 통해 가입 여부를 체크했다"면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SNS 프로필 사진에 올린 PD에게 보직 간부가 '프로필 사진에서 세월호 리본을 내리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들의 지시는 때로는 직접적이었고 때로는 중간 간부를 통해 자행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성실히 수행하거나 방조한 라디오의 보직 간부들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