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1337~1453).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100년에 걸쳐 지지부진하고 지겹게 싸운 이 전쟁이 벌어진 지 10년 만인 1346년 9월 프랑스 칼레항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의 군대에 포위됐다.
칼레 시민들의 저항은 1년 가까이 지속됐지만, 성채 안의 모든 양식이 떨어지자 사자를 보내 항복을 전하며 시와 시민에 대한 관용을 요청했다.
에드워드 3세는 수용 조건으로 모든 시민을 대신해 칼레 시의 유지 6명의 목숨을 요구했다. 이에 칼레 시의 최고 부자 유스타슈 생 피에르가 나섰고, 그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유지 6명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피에르는 6명만 필요하므로 이튿날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람을 제외하자고 제안한 뒤 먼저 목숨을 끊었다. 혹시라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길 것을 두려워해 솔선수범한 것이다. 나머지 6명도 머리에 동아줄을 매고 허리에 끈을 맨 뒤 에드워드 3세 앞으로 나아갔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전형으로 알려진 ‘칼레의 시민들’ 이야기는 훗날 로댕에 의해 서양미술사에 빛나는 예술작품 ‘칼레의 시민’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1712년(숙종 38년) 조선. 당시 조선은 청나라와의 국경을 확정하고 백두산정계비를 세우는데, 수계를 착각해 조선에 유리한 국경선이 설정됐다. 청의 황제 강희제는 이를 빌미로 ‘김해’를 점령하고 3명의 목숨을 내어놓으면 백성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하는데…>
프랑스 칼레의 시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조선과 청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 연극 ‘어쩌다 보니’(이선경 작·이삼우 연출)가 경남 김해문화전당에서 관객들과 소통한다.
김해에서 오랫동안 연극활동을 해오고 있는 ‘극단 이루마’(대표 이정유)와 김해문화의전당이 주관·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상남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2017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공연인 이번 작품은 상주단체 레퍼토리Ⅲ 작품으로 오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공연된다.
<김해 고을 최고의 지식인 시형과 최고의 권력자인 현령 칠홍, 최고의 부자 형방 만갑. 이들은 어릴 때부터 동네 친구 사이인데… 청의 황제가 요구한 세 사람의 목숨. 과연 그들은 누가 될 것인가.>
현대 사회에서 지식과 권력, 재력 중 어떤 가치가 가장 소중한가를 풍자극 형식으로 다루며, 기존 정극이 가지는 액자 형식의 작업을 탈피해 드라마와 즉흥 연기의 기묘한 줄타기를 시도한다.
이 같은 의도는 공연장에서 즉석 오디션으로 남자 배우를 섭외하고 기용해 관객들에게 또다른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정유 이루마 대표는 “단지 웃음을 선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전통사극 코미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일자와 시간:8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 26일(토) 오후 4시 ▲러닝타임:90분 ▲공연장소:경남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입장연령:8세 이상 ▲티켓가격 및 문의:070-4231-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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