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판 '람보'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그 이면에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판 '람보'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그 이면에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전랑2(战狼2)>에 드러난 중국의 민족주의

최근 중국 여름 성수기의 극장가는 <전랑2(战狼2)>라는 이름의 한 영화가 휩쓸고 있다. 중국 국내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 기준, <전랑2>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45억 위안(약 7657억 원)을 넘어섰다.

9월까지 연장 상영이 결정된 상황이라 최종 수입은 50억 위안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저우싱츠(周星驰, 주성치) 감독의 <미인어(美人鱼)>가 2016년 세운 33억 위안의 기록을 일 년 만에 제대로 갈아치운 셈이다.

<전랑2> 제작에는 2억 위안(약 340억 원) 가량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는 (할리우드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한다면) 여타 국가의 업계 상황을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그러나 근래에 더욱 거대해진 중국 영화 시장과 투자 규모를 생각하면 <전랑2>가 업계의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라 보기는 어려운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폭발적 인기에 제작비 2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중국, 나아가 세계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초기에 예상한 제작비는 8000만 위안이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1.2억 위안에서 2억 위안까지 제작비가 계속 늘어났고, 감독이자 주연인 우징(吴京)은 개인 소유 부동산까지 저당 잡히며 8000만 위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출연료에 열악한 제작 환경으로 주연 배우 섭외조차 쉽지 않았다던 영화가 대박 나며 우징(吴京)의 몸값이 치솟았고, 근래는 <전랑2>가 막도 내리기 전에 후속편 제작에 캐스팅 소식까지 들려온다.

중국인은 왜 <전랑2>에 환호할까?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군적(軍籍)을 박탈당한 특수부대 출신의 중국인 렁펑(冷锋)으로, 영화는 그가 예기치 못했던 애인의 죽음을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의 내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렁펑(冷锋)은 초반에 안전하게 전장(戰場)을 벗어날 기회가 있었지만,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혈혈단신 격전지로 돌아간다. 그리고 학살의 위험에 직면한 중국 동포와 난민 구조에 뛰어들어 결국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굵직한 무기들과 장비가 등장하고, 북경체육대학(北京体育大学) 졸업에 전국무술대회(全国武术比赛) 우승자 출신인 우징(吴京)의 화려한 액션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온라인 평가를 자세히 보자면 대규모의 전투 장면과 실감나는 격투 장면에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수준의 현실감 있는 중국식 영웅 묘사에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객관적 열세를 뒤집고 이토록 무섭게 흥행한 데에는 적절한 시기에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와 애국심을 자극한 노골적인 전략과 마케팅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경제력과 글로벌 영향력의 증가로 자존감이 한껏 고양된 시기이자, 동시에 미국, 인도, 일본, 한국 등과 입장 차이로 크고 작은 갈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犯我中华者虽远必诛)"는 선동적 광고 문구는 호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랑2> 흥행에 엇갈리는 의견들

현재 중국에서 <전랑2>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화사(新华社)>나 <인민일보(人民日报)> 등 대표적인 관영 언론들도 연일 호평을 쏟아내며 이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언론들은 <전랑2>가 '일본, 한국, 인도, 유럽 등도 넘지 못한' 역대 글로벌 수입 100위에 오른다며 열을 올렸고, 수업의 과정에 영화에 관련한 솔직한 감상과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중앙희극학원(中央戏剧学院) 교수는 공공의 적이 됐다.

반면 해외 매체의 경우 영화에 대한 반응이 조금 엇갈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전랑2>가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박스오피스 성과를 얻었다며 긍정적으로 보도했지만, 다른 일부는 애국정서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또 한편의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액션영화라 평가하였다. 과거와 다른 것은 그 주인공이 그간 대중들에 익숙했던 미국이나 기타 서구 출신의 백인 남성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언론은 이러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 서구의 시기나 질투에 근거한 불평일 뿐이라 말한다. 영화의 감독 겸 주연 배우인 우징(吴京)이 영국 공영방송 BBC의 지적에 대해 “당신들이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아닌가(你们是不是戴着有色眼镜看的)”라며 반문한 바 있는데, 그들이 보기에 서구는 '히어로는, 특히 슈퍼 히어로는 서방 출신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랑2> 성공은 서구가 보고 싶어 않는 바로 그런 장면일 뿐이란 주장이다.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전랑2>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다. 단순하게 볼 수 있겠지만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이 서구에 대해 느끼는 상당히 재미있는 미묘한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언론은 <전랑2>가 천편일률적인 할리우드의 스토리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시에 민족주의 영화라는 비판에는 <전랑2>는 총격, 격투, 유머 등이 잘 버무려진 뛰어난 영화인데, 그저 할리우드 수법을 잘 담아냈을 뿐이라 변명한다.

또 다른 한 언론은 <전랑2>를 소개하며 서구의 애국주의, 민족주의, 영웅주의 영화들을 비판한다. 그들이 서구의 가치관 선전을 위해서 아프리카를 빈곤, 전쟁, 약탈, 부패 등이 난무하는 희망 없는 대륙으로, 그리고 자신들을 영웅이자 아프리카의 구세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랑2> 이야기를 살펴보면, 영화의 성공에는 중국의 부강함, 영향력, 중국식 가치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관영매체 사설을 보고나면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애국주의, 영웅주의 영화들을 비판하나, <전랑2>가 할리우드 영웅주의 액션영화 못지않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기뻐하고, 전형적인 애국주의 영화라는 비판에는 할리우드 선례들을 들어가며 방어한다. 서방의 패권과 가치관 전파는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 중국식 가치의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전랑2>가 중국인의 공감을 얻었으며 성공할 수 있었다 주장한다. 재미있는, 그리고 우리에도 익숙한 모순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