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관심을 모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지식경제부2차관 자리로 옮겨 저력을 과시했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 친이 진영의 강력한 비토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동으로 인해 박 차장의 퇴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만큼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맞섰으나 결국 자리를 옮기는 선에서 매듭된 셈이다.
지식경제부 2차관 자리는 에너지 문제를 총괄하는 곳이다. 대통령 특사를 도맡으며 '자원외교'를 담당하는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과 박 차장의 저력이 동시에 재확인된 것이다. 향후 이 의원과 박 차장이 '자원 외교'를 넘어선 수준에서도 호흡을 맞출 경우 잡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차장의 후임으로는 육동한 총리실 운영1실장이 영전했다. 한편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에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측근인 안상근 가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이 내정됐다. 안 부총장은 김 후보자와 같은 서울대 농업교육과를 졸업해 경남발전연구원장,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측근 중의 측근이다.
전임 정운찬 총리의 경우 총리실 차장은 고사하고 개인참모격인 정무실장을 임명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수 개월 동안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안 부총장의 발탁은 이 대통령이 일단 김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특임차관 자리에도 이재오 장관 내정자와 상당히 가까운 김해진 전 코레일 감사가 내정, 이 내정자의 파워를 증명했다.
한편 실세 장수만 차관이 버티고 있던 국방부 차관 자리에는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내정됐다. 장 차관은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 대통령이 김태영 장관을 유임시키고 천안함 후속 인사를 최소화하면서 군의 체면을 세워줬지만 국방예산과 관계된 돈줄은 바짝 틀어쥐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밖에 기획재정부2차관에는 류성걸 기재부 예산실장이 승진 발탁됐다.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는 설동근 전 부산교육감이, 2차관에는 김창경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차관 자리에는 해당 부처 관료들이 영전했다.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발탁됐다.
이날 인사는 실세, 관료, 전문가 그룹이 골고루 섞인 것으로 평가된다. 박영준 차장이 이상득 의원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옮겨간 점, 장수만·김해진·박선규 등 '대통령 직계' 차관급 인사들이 여전히 파워를 과시할지 등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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