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입을 열어봤자 곡소리 밖에 낼 수 없는 처지에 빠져버렸다. 어쩔 수 없다. 입을 꾹 다물고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환골탈태에 나서는 것이다. 헌데 난감하다. 환골탈태를 하고 싶어도 할 여지가 별로 없다.
체질 변화는 불가능하다. 당 체질 성분인 의원 면면에 문제가 많지만 손 댈 수가 없다. 국민 손으로 뽑은 사람들이기에 가타부타 논할 수가 없다.
노선 변화는 효과가 없다. 진보 색채와 대여 선명투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해봤자 곧이들을 국민은 많지 않다. 철마다 옷 바꿔 입는 것처럼 국면이 바뀔 때마다 '대안'과 '선명' 사이에서 그네 타기를 했던 민주당이기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판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폼 나는 방법은 지도부 교체인데 이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어차피 정세균·정동영·손학규 3파전으로 전개될 당 대표 경선이다. 자기들끼리야 치열하게 싸우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밥과 나물의 싸움이다. 그네들끼리의 당권경쟁은 비빔밥에 밥을 더 넣을지 나물을 더 넣을지의 차원 밖에 되지 않는다. 별별 레시피를 다 써도 어차피 결과물은 비빔밥이다.
하긴 이렇게 짚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쇄신결핍증이 중증에 이른 민주당에 특효처방을 주문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어차피 현실적인 방법은 소걸음이다. 한 발 한 발 내딛되 굳세게 내딛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소' 역할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 민주당 최고의원회의 장면. ⓒ민주당 |
유일한 대안은 개혁 성향 의원들이다. 가뭄에 콩 나듯 여기저기에 산개해 있는 몇몇 의원들이 그나마 대안이다. 이들이 나서서 당 쇄신을 요구하고 당밖 개혁세력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당 체질 개선을 위한 문호 개방을 선창하고 문지기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당 노선 변화를 위한 선명투쟁을 주창하고 선봉대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헌데 이들은 뭉치지 않는다. 한나라당조차 중립파니 쇄신파니 해서 바람을 잡고 감초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뭉쳐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 개별 플레이를 하거나 주류 또는 비주류로 갈려 묻어가고 있다. 당 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당권 향배가 달라지고, 당권 향배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주변 경계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 거듭 확인한다. 민주당의 쇄신결핍증이 중증에 이르렀음을 이들을 통해 거듭해서 확실하게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떨치지 못한다. 이들의 역할에 대한 마지막 미련을 끝끝내 버리지 못한다. 이마저 버리면 민주당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공간이 열렸기 때문이다. 7.28재보선 참패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쇄신 공간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비판은 적지 않았지만 결정적 계기는 없었다. 민주당이 2008년 총선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최소한 '기본'은 했기에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할 계기와 동력은 완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누가 봐도 명백한 민주당의 패배이니까 쇄신 깃발을 들 이유와 동기는 뚜렷하다.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개혁 성향 의원들의 동태를 지켜볼 일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기대치와 대처법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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