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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짱' 정세균 '사면초가'…민주당 "국민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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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짱' 정세균 '사면초가'…민주당 "국민이 무섭다"

[7.28 재보선] 안일한 공천…'야권단일화=승리' 아니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전체 8곳에서 벌어진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5개가 기존 민주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참패다. 더욱이 송영길 인천시장이 3선했던 민주당 텃밭, 인천 계양을 한나라당에게 내줬다. 역시 민주당 안방인 광주 남구에서는 민주노동당이 턱 밑까지 쫓아왔다.

투표함을 열기 직전까지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5석 이겨야 본전"이라는 평이 대세였다. 엄살을 떨었다지만 선거 초반 "1석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던 한나라당은 5석이나 가져갔다. 서울 은평을에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당선자가 2위 장상 후보와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내며 가뿐히 승리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밤 10시가 넘어 당사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 간단한 인사만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정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말만을 남겼다.

투표 마감 직후만 하더라도 예상 외의 높은 투표율에 잔뜩 고무돼 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도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단 한 번의 환호도, 박수도 없이 조용하게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10시 20분 경 자리를 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장상 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인천은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던 것 같다"며 "국민이 무섭다"고 말했다.

투표율 높은 곳 다 빼앗겨…"여당 지지층 응집력이 더 강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말만을 남겼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이 무섭다"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단일화 바람'을 일으키며 대승을 거뒀던 민주당은 불과 두달 만에 패배의 주인공이 됐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난 이후 "애초 설정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 앞에 제1야당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참패의 원인에 대해서 우 대변인은 "야당 지지층의 결집력보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응집력이 훨씬 더 강했다"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민주당 승리가 예측됐던 지역에서의 투표율이 비교적 낮았고 열세 혹은 경합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 이는 여당 성향 지지층이 강하게 응집한 것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분석대로 "높은 투표율은 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졌다. 격전지였던 은평을은 40.5%,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는 47.5%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모두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결국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서부터 한나라당에 대패한 것이다.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막말 파동' 등 야당에게 유리한 정국은 선거 내내 펼쳐졌지만 민주당은 기회를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안일했던 공천…"여권은 거물급 내세웠는데"

여기에는 민주당의 안일했던 공천 과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매력적인 인물을 민주당이 내놓지 못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계양을이다. 정세균 대표와 송영길 인천시장의 마음이 서로 부딪히면서 김희갑 후보라는 인지도가 현저하게 낮은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여러 고비에도 불구하고 투표일 직전 단일화를 이뤄낸 서울 은평을에서도 민주당은 신경민 문화방송 선임기자를 코앞에서 놓치고 70대가 넘는 고령의 장상 후보를 내놓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여권에서는 거물급 인사를 내세웠는데 야당은 그에 비해 현저하게 미흡한 인물은 공천했다"며 "결국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부정적인 20~40대의 젊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선거기간 정권심판론 정서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심판론 분위기가 작용하지 않을 때는 결국 지역 싸움인데 지지표를 끌어낼 전략이 없었다"며 "구태의연한 인물이거나 새롭지만 너무 약했던 후보를 공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조차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민주당이 공천을 안일하게 한 거 같다"고 평할 정도였다.

"야권 단일화=승리는 안일한 생각"…강원도 2석, 폐허 속 진주

단일화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단일화 시점이 늦어져 효과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하지만, 역시 '인물의 경쟁력'에 1차적 원인이 있었다. 정권 실세로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당선자와 비교해, 당선될 경우 70대 초선 의원이 되는 장상 후보는 힘이 달렸다. 민주당이 후보 등록 전 신경민 선임기자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도 '장상 후보로는 안 된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지방선거는 야권이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였다"며 "야권 단일화가 곧 승리라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일화 과정도 문제였다. 단일화 시점이 늦어진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었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이후 민주당은 "국민참여당이 막무가내로 사퇴하라고 한다"며 천호선 참여당 후보를 공격했지만, 참여당과 민노당의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요구를 외면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재보선 8곳 전체를 놓고 단일화 협상을 하자"는 두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은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은 다르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할 때조차 "다음 선거에서는 양보할 수 있다"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했다.

그럼에도 참패 속에 건진 강원도 2곳의 승리 의미는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강원도에서 민주당은 이광재 도지사를 당선시킨 데 이어, 재보선에서도 두 곳을 얻어냈다. 정해구 교수는 "이광재 도지사의 직무정지에 대한 강원도민의 불만의 표출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강원도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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