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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이후 최대 혁명" vs "민노 찍으면 한나라 2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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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5·18 이후 최대 혁명" vs "민노 찍으면 한나라 2중대"

[7.28 재보선] 광주남구, 한나라 빠진 '민주-민노' 치열한 접전

한 차례 장맛비가 지나간 26일 광주는 뜨거웠다. 주말에 내렸다는 빗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여름 햇살에 의해 달궈진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로 광주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7.28 재보선의 예측 결과를 묻는 질문에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동에 사는 임정식 씨(58)는 "공기가 확실히 다르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비(非)민주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가 예상 외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덕이다.

13명의 예비 후보를 누르고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장병완 후보를 전략공천한 민주당이 자신의 텃밭에서 "민주당에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해야 할 정도니, 광주가 얼마나 들썩이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광주 국회의원 선거에 당 대표까지 출동한 것도 역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선거 결과도 예단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후보 캠프 관계자 모두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 끝내 웃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공천장만 받으면 마른 나뭇가지에서도 꽃이 핀다"던 광주에서 새로운 정치 혁명은 이뤄질까?

민주 장병완 "'민주당 심판?' 야4당과 시민단체는 한나라당 2중대인가"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을 2일 남겨둔 26일. 광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장병완 후보는 이용섭, 강기정, 김재균 등 지역 출신 의원까지 총동원해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였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것은 광주시민과 호남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며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정치를 도와주는 한나라당 2중대식의 천부당만부당한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들은 민노당에 대해 "어떤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철폐를 주장하는 정당이며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한 표가 간절할 때 단일화를 해주지 않고 민주개혁세력의 표를 깎아 먹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에게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하며 민노당 후보가 사퇴했고, 더군다나 이날 서울 은평을에서는 야권단일화를 합의하며 함께 손을 맞잡은 관계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들이었다. 민노당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순수성을 잃은 과도한 정치개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민노당 오병윤 후보 측은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민주당의 원색적 비판을 전해듣고도 민주당에게 "큰 정치를 하자"고 훈수를 뒀고, 오병윤 후보도 "언제나 시대의 변화를 주도했던 광주 시민을 믿는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일부 무소속 당선자까지도 사실상 민주당 성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 의원을 당선시켰던 광주였다. 그런데 그 민주당이 선거 막바지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지층 결집이 목적임은 분명하지만, 민주당 캠프 관계자는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오병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5.18 이후 가장 놀라운 혁명"

반면 오병윤 후보 캠프는 들뜬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캠프 관계자는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 뿐 아니라 전세가 역전됐음은 명백하다"고 했다. 투표율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캠프 관계자 사이에서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5.18 이후 가장 놀라운 혁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오병윤 캠프는 "모두 다 자발적인 선거운동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제발로 선거 사무실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날도 민주당 소속이었던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을 비롯해 16명의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 인사들이 오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17대와 18대 총선 뿐 아니라 2006년에는 광주시장 선거까지 출마했었던 오 후보가 과거와 전혀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데는 외부의 힘이 더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의 단일후보로 선출돼 민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냈고,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많은 시민단체들의 위기감도 높아져 있다. 오 후보는 "2012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절박함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 7.28 재보선 광주 남구을 선거구의 비민주 단일후보인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연합뉴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광주에서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한다"는 것. "자신의 안방에서는 작은 기득권마저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민주당에게 경고장을 보내 달라"는 것이 이들의 핵심 전략이다. 오병윤 후보 스스로도 "이번에 민노당을 선택해준다면 2012년 더 큰 야권연대의 초석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노당이 예뻐서 찍어주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광주 시민 자영업자 이모 씨(44)의 말은 "민주당이 예뻐서 찍어준 것은 아니었다"는 지난 지방선거 분위기와 똑 닮았다.

두 후보 모두 "2012년 정권교체 위해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한다"

민주당 역시 광주 남구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이유를 "2012년 정권교체의 필요성"에서 찾았다. 한 마디로 광주에서의 패배의 상징성과 민주당에게 미칠 상처의 깊이를 헤아려 달라는 호소다.

장병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방선거야 견제와 균형의 조화가 중요하다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는 중앙정치의 문제이며 광주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것의 정치적 파괴력과 상징성은 엄청나다"며 "결국 한나라당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라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의석수 하나를 얻고 잃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한나라당이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가 2명이나 있었음에도 아무도 공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되물었다. 민주당 대 비민주의 명확한 구도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내기를 기대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2012년 대선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른바 '전략적 민노당 지지론'에 대해서도 이들은 "전국적 관점이 부족한 얘기일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예산 전문가인 장 후보가 서울 여의도에 입성해야만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일방독주에 제대로 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지만, 실제 광주 거리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봉선동에 산다는 은행원 이모 씨(34)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공무원들도 전두환 정부 때로 돌아간 듯 고자세"라며 "그래도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정권 견제 차원에서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선거 초반, 13명의 예비 후보를 모두 제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한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선거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당원들도 최근에는 움직이고 있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오 후보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 광주 남구 선거구의 장병완 민주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 ⓒ연합뉴스

투표율 높으면 오병윤에게 유리?…"막판까지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 웃을 것"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 두 후보 모두 어느 정도 승리를 예감하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런 미소로만 답변했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의 특징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를 놓고 두 캠프의 분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오병윤 후보에게 더 좋다는 것이다.

오병윤 후보 측은 "20~40대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20~40대에서는 오 후보가 우세, 50대는 비슷, 60대 이상은 장 후보가 우세하다는 예측 때문이다.

장병완 후보 측도 "투표율이 낮으면 젊은층 표가 빠질 테니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가 적극적으로 투표한다는 전제 아래다. 또 광주 남구 주민의 대다수인 중산층은 민노당보다는 민주당과 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남구는 광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폭이 두텁다.

반대로 오 후보는 이른바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대학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투표 당일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 남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주에서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선거가 펼쳐지고 있고, 결과에 관계없이 이 보름 여의 시간은 긴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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