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인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공기업 CEO와 은행장들을 매달 불러모았다는 8일 <조선일보>보도에 이어 9일에는 정 비서관이 KB금융그룹 회장 선출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동아일보>보도가 나왔다.
KB금융 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8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정 비서관이 내가 (KB금융 회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제일 난리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은행장과 공기업 CEO들의 모임을 주도한 정 비서관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임의 멤버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KB금융그룹 회장 선출 직전,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과 조재목 KB금융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 중 한 명을 만나 사퇴 압박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사장은 자신이 당사자임을 확인했다.
그는 "지인의 주선으로 지난해 11월 조 사외이사를 만났으며 5, 6명이 함께 한 그 자리에 유 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후보 사퇴를 종용받았는지에 대해 이 사장은 "그 현장, 그 식탁에서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사후적으로라도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유 이사장과 조 사외이사는 "상견례 수준의 자리였지 사퇴 종용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동아일보 측에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함께 KB금융 회장 공모에 나섰다가 후보에서 중도 사퇴한 인물이다. 이 사장은 이 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후 다시 "발언을 취소하겠다. 사람을 헷갈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사찰팀이 "국민은행이 민영화됐는지 정말 몰랐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국민은행에 대한 선진국민연대의 개입이 집요했다는 이야기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특별취재반 명의로 박영준, 이영호, 정인철, 유선기(전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등 선진연대 인맥 4인이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작년 7월까지 자주 모였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평소 성향을 막론하고 전 언론사들이 전방위적 취재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앞으로 관련 기사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8일 정 비서관에 대해 "(은행장과 공기업 CEO의) 만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 "부당한 압력과 청탁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의 청와대 재입성은 물론 신설부서인 청와대 기조실장 자리에 유력하던 정인철 비서관의 거취가 쉽지 않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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