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의 새로운 당 대표로 이혜훈 의원(3선·서울 서초갑)이 선출됐다.
바른정당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당원 대표자 회의에서 책임 당원 50%·일반 당원 20%·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30%를 반영한 최종 득표 결과 36.9%를 얻은 이혜훈 의원이 1위를 기록,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도부 선출 대회에 출마한 나머지 후보자들인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의원은 각각 33.1%, 17.6%, 12.5를 얻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애초 당 대표 1인, 최고위원 3인을 뽑는 대회였던 만큼 낙선자 없이 세 사람 모두 이 신임 대표와 호흡을 맞춰 2년간 당을 이끌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바른정당의 19대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경제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줄곧 보수 정당에서 활동해 왔지만 친박계와 박근혜 전 대통령, 당내 반(反) 경제 민주화 세력 등에 대한 거침 없는 쓴소리로 이름을 알리며 일찌감치 '개혁 보수'의 면모를 보여 줬다.
지난 정부 시절에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돈 풀기'와 '부동산 띄우기' 정책 등을 강력히 비판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선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구 새누리당이 크게 패배한 이유로 이 신임 대표가 주요하게 지목한 실정도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가 부른 집값 전·월세값 폭등이었다.
이런 이 신임 대표가 당의 키를 쥐게 된 만큼, 향후 바른정당은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경제·사회 부문 노선과 크게 거리를 두는 식으로 선명성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 '자강론' 힘 받을 듯…'화합 리더십'이 관건
이 신임 대표는 지난 대선 중에는 당내 일각의 유승민 사퇴론 또는 단일화론에 누구보다 강하게 반발하며 유 후보의 완주를 도왔다. 바른정당 소속으로 국민의당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제명 사유"라는 강한 견제 발언도 꺼내 놨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후에도 이 신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독자 노선론을 꾸준히 주장했다.
그는 2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새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자유한국당은 친박이 주류인 당"이라면서 "홍 전 지사가 말하는 친박 프레임을 (자유한국당이) 벗는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평한 바 있다.
이런 이 의원이 바른정당의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바른정당 내 '자강론'이 보다 힘을 받고, 보수 정당 간 경쟁 또한 자연스레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개혁 보수 정당으로서의 여정이 순풍을 타려면 당 소속 의원 20명 중 단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도록 고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은 이 신임 대표의 부담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명 중 일부가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으로 이탈할 경우 바른정당은 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잃으며 급속도로 당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선출 후 당선사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는 개인 이혜훈이 아니라 바른정당 대표 이혜훈으로서 말하고 행동하겠다"면서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제가 잘 모시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천 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합의 대표가 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신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강론을 주창했던 하태경 의원이 최종 득표 결과 33.1%를 얻어 2위를 기록한 점도 주목된다.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내지 통합에 분명한 선을 그은 이 후보와 하 후보,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치면 70%에 이른다. 바른정당의 '당심'은 연대나 통합 보다는 '개혁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자강임이 확인된 셈이다.
이 신임 대표는 당선사에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면서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 이제 바른정당이 비상이 시작된다. 낡은 보수와의 골든 크로스가 바로 코앞"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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