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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강희락 경찰청장 "유독 양천 경찰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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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강희락 경찰청장 "유독 양천 경찰서만…"

경찰 고문 파동, 한나라 "고문이라는 말 쓰지 말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서울 양천 경찰서 고문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강희락 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수사과정에서 고문은 용납될 수 없다"며 "드러난 책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법집행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성과주의적 정책과 일선 경찰의 고문은 맞닿아 있다"고 질타를 가했다.

"하도 쪼아대서 그런 것 아닌가"…"다른 팀은 아무리 쪼여도 안 그러는데…"

▲ 22일 국회 행안위에 출석한 강희락 경찰청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1980년대로 회귀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위에서 하도 쪼아대고 실적과 성과를 내라고 하니 하부에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다른 팀은 쪼여도 그런 방법을 안 쓰는데 유독 이 (양천서) 팀 만이…"라고 답했지만 백 의원은 "전국적으로 다른 데는 이런 일이 없다고 어떻게 확신하냐"고 말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용산참사나 이런 것을 봐도 인권과 상관없이 실적을 올리면 나중에 승진시켜줬다"면서 "이런 실적주의가 인권을 뒷전으로한 무리한 수사 나오게 한 것 아닌가. 직접적 원인은 그 경찰관이겠지만 먼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부산 해운대 경찰서에서도 진범 아닌 사람의 허위자백 받았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진범이 나오지 않았나"면서 "담배 하나 주고 달래서 허위자백을 받았겠나. 거기도 조사를 해봤냐"고 물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동안 강 청장은 연방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도 믿을 수가 없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이 대통령이 '매 맞는 경찰 되지 마라' 그러니까 그러면 국민들한테 매 들어도 된다는 의식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강 청장은 "그런 건 절대 아니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최 의원은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이 0건"이라면서 "촛불시위 시민을 교통방해죄로 기소한 것도 문제됐는데 결국 대법에서 무죄나지 않았나"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육로, 수로, 교량 손괴하는 사람들한테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것이 교통방해죄인데 시위 단순가담자라 집시법으로 처벌이 안 되는 사람들을 교통방해죄로 규정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따졌고 강 청장은 "앞으론 그런 과잉 적용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 "고문 대신 가혹행위라는 말 쓰자"

이날 회의에서는 고문 행위 자체만큼이나 은폐 축소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두달간 검찰과 인권위의 내사를 받은 양천경찰서가 서울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전혀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 강 청장은 "그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 "매뉴얼에도 즉시 보고사항으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양천서에서 보고도 안하고 뭉갰는지 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양천경찰서 해당 사무실의 CCTV가 25일 동안 녹화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한 고문이 자행된 것으로 의심되는 강력5팀 CCTV가 천장을 향해 있었던데 대해서도 강 청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그 CCTV를 어디서 보게 되어있냐"고 묻자 강 청장은 "서장도 보고 상황실에서도 본다"고 말했다.

이에 임 의원은 "그런데 거기서 CCTV 방향이 똑바로 됐는지 안 됐는지, 언제부터 잘못됐는지도 몰랐단 말인가.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고 강 청장은 "어느 한 사람이라도 제 역할을 다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강 청장은 지휘책임 문제에 대해선 "우선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판단하겠다"고만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까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문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은 "고문이라는 말보다 가혹행위라는 용어를 쓰는 게 낫다"면서 "고문은 일제시대, 권위주의시대에 쓰던 말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도 "특정 몇몇으로 인해 경찰 조직 전체 사기가 저해돼선 안 된다"면서 "고문이라 생각하진 않는데 가혹행위 사건에 대해 질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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