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격랑에 휩쌓인 진보신당이 19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뜨거운 논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공식적 절차'없이 경기도 지사 후보 직을 사퇴한 심상정 전 대표에 대한 징계안은 부결됐다.
전체 59명의 전국위원 중 23명만 동의한 데 그친 것. 하지만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출된 '안건반려안'도 27명만 찬성해 심 전 대표는 사실상의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징계안에는 부산에서 단일화에 나선 김석준 전 대표, 단일화 논의에 반발하며 충남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이용길 부대표 부분도 담겨 있었다.
진보신당은 오는 9월 5일 임시당대회를 열어 지방선거 평가를 마무리 짓고 당 발전전략을 채택하며 당 대표단 조기 선거 일정을 확정짓기로 했다.
심상정 정면돌파 선언 "전국 돌면서 당원 만나겠다"
진보신당 전국위원회에서는 이와 함께 임시당대회에 제출될 '지방선거 평가와 진단을 위한 토론문'과 '지방선거에서의 해당행위에 관한 특별결의문(안)' 안건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심상정 전 대표는 "개인적 선택으로 당과 많은 동지들이 혼란과 충격을 겪은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분투해 오셨던 후보들과 당원동지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퇴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의 징계절차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말했지만 "진보신당이 선거에서의 완주든 사퇴든 마무리전략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굽히지 않았다.
심 전 대표는 "동지여러분께 부끄럽고 송구스러우나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번선거 평가와 당의 진로 모색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소통해 가겠다"며 "당원동지들께서 자리를 허락해 주신다면 전국을 돌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정면돌파'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회의장에는 '당원과 소통도 못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려 하는가'등의 팻말을 든 당원들이 침묵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심 전 대표 발언 뒤 한 당원은 "심상정은 사퇴하라, 당내 민주주의 없이 진보정치 없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뜨거운 논쟁 예고한 진보신당
한편 이날 진보신당 지도부는 제출한 토론문 초안을 통해 "광역단체장 승리, 정당 득표율 제고, 기초단체장 당선 등 진보정치 대표 정당 위상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정당 지지율 3%를 돌파하며 진보정당 존재감을 확인했고 25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배출했다"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초안에는 "이번 선거에서 다수 국민들의 민심은 '반MB 심판'으로 표출되었다"며 "당은 'MB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과 한국사회 미래를 책임질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 발전에 대한 요구'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와 성찰이 필요하고, 당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일상적인 소통과 참여를 통해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남겼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평가안에 대해선 "선거 시기 연합에 대한 당의 전략이 명확치 않았다" 는 등의 격론이 이어졌다.
이날 전국위원회에서 '심상정 징계안'에 대한 찬성 비율이 40%가까이 나온 것은 진보신당 내에서도 '비주류'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날 진보신당은 당 발전특위를 구성해 9월 임시전당대회까지 선거 평가·발전 전략 등을 논의키로 했다.
결국 진보신당은 9월 당대회까지 당의 향배와 정체성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노선·권력 투쟁적 성격의 논쟁을 배제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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