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는다고 호언하는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투기 합동단속에 나선 정부, 황급히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 사무실들을 보면서 짙은 기시감을 느꼈다.
이런 풍경은 너무나 자주 봐 온터라 똑같은 영화를 반복적으로 감상하는 기분이다. 부동산 거래 등에 관해 위법행위가 있으면 의법조치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은밀하게 하는 게 맞다. 정부가 떠들썩하게 투기 합동 단속을 하는 건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를 억제하려는 정책 목표 때문일 것이다. 답답한 건 정부의 이런 의도가 달성될 리 없기 때문이다.
서울 등의 부동산 가격이 꿈틀 대고 재건축 시장과 분양시장이 초호황인 건 단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금리가 낮은데다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는 상극이라 할 보유세 강화에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시장참여자들이 불로소득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탐하며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파리가 꼬이면 상한 음식을 치워버려야 한다. 상한 음식을 그대로 두고 파리를 때려잡으려는 시도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 파리를 투기꾼에, 상한 음식을 부동산 불로소득에 각각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파리를 잡으려 하지 말고 상한 음식을 치워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상한 음식을 치울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은 보유세 강화와 고강도 금융규제다. 보유세로 투기할 유인을 없애고, 고강도 금융규제로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돈줄을 조여야 한다. 투기로 얻을 불로소득이 없는데다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운데 투기에 나설 바보는 없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투기 단속이 아니라 보유세 강화와 고강도 금융규제다.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