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참패를 당한 여권의 향배에 대한 전망이 어지럽다. 정몽준, 정정길 등 집권여당과 청와대 수뇌부 양정(兩鄭)은 사퇴를 했고 행정부의 축인 또 다른 정(鄭), 정운찬 총리를 향한 압박도 거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한나라당은 7월 3일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전대 연기론'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이는 장외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행보와 바로 연결되는 문제다.
친이계는 이 위원장이 7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 된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복귀해 전열을 정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외려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
"MB와 박근혜의 화합이 누구나 다 아는 답이지만…"
당정청 대규모 인적쇄신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4일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는 세종시 수정안이 절대로 안 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인된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왔던 (정운찬) 총리 이하 중요한 사람들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내에서도 상당수 인사들이 정 총리의 퇴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도 정부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 중도계열의 한 인사는 "답은 하나 밖에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권력을 넘겨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 옵션을 제외하니 모든 것이 꼬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사조차 이 대통령이 그같은 선택을 내릴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강승규 "전대 연기하고 이재오가 들어와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전격적이고 전면적 화합을 배제하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재오 7월 재보선 출마-당선-8월 전당대회 출마로 이어지는 강공책이 1시나리오다. 예정대로라면 한나라당은 7월 3일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지만 친이계 의원들은 전대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MB직계인 강승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7월 보궐선거도 있고 국정 현황과 정치 일정이 이어지는 데 과연 6월에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될지 걱정이 된다"며 "내부 논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이재오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은 국회고 한나라당의 여러 문제 중에서도 책임 있는 지도력의 부재도 큰 원인"이라면서 "이 위원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로 들어오는 게 적정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외 실세인 이 위원장의 7월 재보선 국회 복귀 이후 8월 전대 출마 가능성을 제시한 것.
다른 친이계 의원도 "이럴 때 일수록 이 위원장이 국화와 당으로 들어와 리더쉽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역풍이 불진 않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심 자극할 가능성에 당선도 쉽지 않아
다른 인사는 "이재오 위원장 재보궐 출마는 그렇다쳐도 전대에 출마한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매서운 민심에 역주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우 친박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들로부터도 "한 번 해보자는 거냐"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당선을 장담키 어렵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은평 민심은 만만치 않았다. 은평에서 한명숙 후보는 오세훈 시장을 5%p이상 리드했다. 민주당 구청장 당선자와 한나라당 후보의 격차는 14%p에 달했다. 이 민심이 이어진다면 또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회복불가의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이재오 위원장 개인으로선 이번 재보선이 아니면 2012년 총선 이전까지 여의도로 돌아올 방법이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오 위원장이 7월 재보선에 출마하면 우리는 고맙다. 정권심판론을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진퇴양난이다.
제2 시나리오도 어둡긴 마찬가지
제2의 시나리오는 이재오 위원장 대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준표 전 원내대표 등 지방선거 책임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인사들이 당권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민심 수용론'을 들고 나설 친박계 홍사덕 의원, 허태열 최고위원 등도 당권 예비주자로 꼽힌다.
이같은 경우 한나라당 내 주류 리더십이 급격히 흐트러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 당에서 받쳐주지 못하면 이후 수순은 레임덕 밖에 없다. 선택하기 여려운 경우의 수다.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는 어렵게 된 것이 분명하지만 4대강은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4대강을 위해서라도 여당을 일사분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4대강과 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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