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했던 집권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상실할 것이라는 출구조사로 충격에 빠졌다.
BBC 등 방송 3사가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은 제1당은 유지하지만, 과반의석(326석)을 간신히 넘긴 330석에서 오히려 16석을 잃은 31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제1야당인 노동당은 37석이 늘어난 266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34석, 자유민주당은 14석 등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언론들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얻지 못해, 어느 당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liament)'가 출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에 큰 타격, 재선거 상황 올 수도"
<뉴욕타임스>는 "출구조사가 개표로 확인되면, 3년이나 앞당긴 조기총선을 요구한 테레사 메이 총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조기총선의 취지대로라면, 조만간 재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가 2년만에 조기총선을 요구한 것은 '브랙시트 협상'을 위해서는 과반수를 조금 넘긴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의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인 여론의 동향을 볼 때 조기총선으로 의석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의 적임자'로서의 단호한 의지의 '철혈여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당내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추앙받았으나 '불통의 여인'으로 추락했다.
재가요양 서비스 비용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던 복지정책을 노인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까지도 소득 기준에 포함해 집을 가졌지만 소득은 없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갑자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혔다. 이 공약은 보수당의 주지지층인 노인층의 분노뿐 아니라 노인을 둔 가정의 많은 유권자들을 돌아서게 했다. 당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공약을 관철시켰던 메이는 비난이 거세자 곧바로 이 공약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오락가락 정치인'으로 전락했다.
지난 4월 메이가 조기총선을 발표했을 때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가 넘었지만 이 공약이 발표된 직후에 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2주내에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된다"고 지적하며, 이번 영국 총선 결과는 영국 국민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선택하며 전세계에 파장을 던진 것처럼, 또다시 전세계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출구조사 직후 영국의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2%가 넘게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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