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남북 긴장의 파장이 환율 폭등, 주가 하락 등 경제 분야로 확산되자 여권에 '북풍의 역습'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강도 북풍몰이를 진두지휘해 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마저 26일 '천안함 관련 정쟁 중단'을 제안했다.
'좌파 공세' 하루 만에 "천안함으로 야당 공격 안 하겠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하남 지원 유세에서 "천안함 사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면서 "가슴이 아픈 것은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가 국내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 사이의 정치적 시비거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래서 오늘 제가 한 가지 중요한 제안을 하겠다"면서 "우리 한나라당은 천안함과 관련해서 야당,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 그 대신 민주당도 천안함 문제를 국내정치의 정쟁소재로 끌어들이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강원도 춘천 지원유세에서도 거듭 같은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금껏 "과거 10년 좌파세력이 퍼주기를 해서 북한이 어뢰를 쏘았다"며 과거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을 주장해 왔다. 정 대표는 바로 전날인 25일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북한을 감싸고도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 무능하고 부패한 과거 세력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는가"라고 색깔 공세를 펼쳤었다.
그랬던 정 대표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천안함 정쟁 중단 제안을 한 것은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역풍이 불 조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여러 야당 후보와 대변인들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북풍몰이로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비슷한 우려를 표했을 정도지만 한나라당은 이 지점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도 "국민이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언론이 협조해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야당은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도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 우리도 북풍 바람몰이를 정쟁에 사용하는 것은 비판해왔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어이가 없는 것은 정 대표가 일주일 이상 공격하며 우리를 실컷 때려놓고 지금 발을 빼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우 대변인은 "그런데 정 대표가 그 제안을 하는 시간에도 한나라당 대변인들은 색깔론으로 민주당을 공격했다"면서 "후보, 대변인, 선대위 관계자 등 한나라당 구성원 모두가 대표지시를 따르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형환 한나라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 대표의 제안 이후에도 "정세균 대표는 왜 북한에 대해 당당하지 못하는가? 무엇이 두려운가?"라면서 "북한에 대해서 왜 이리 저자세로 나오는 것인가?"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지방선거 막바지, 주식과 환율 등 경제지표가 천안함 후폭풍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풍향도 어지럽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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