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와 민주당 이광재 후보 사이에 '조용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일주일 남은 현재 강원도 판세는 "이광재가 이계진을 맹추격하고 있다"로 정리된다.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 후보가 나선 강원도는 야권의 '친노벨트'로 분류되지만 이 지역 선거는 다른 곳과 상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실세'로 꼽혔던 이광재 후보가 지역구인 강원도에 들인 공에 대해선 한나라당도 일정 부분 인정할 정도다. 당시 여권에서 "아무리 이광재지만 강원도에 너무 퍼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이런 부분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분석이다.
이계진 후보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아나운서 출신이지만 이광재 후보의 도내 인지도도 부족함이 없다.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든 격차, 이후 향배는?
5월 초 20%p가 넘었던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최근 10%p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17일 동아일보 보도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의 격차가 7.4%p였다. 같은 날 공중파 방송3사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9.3%차이로 나타났다.
이후 판세에 대해 이계진 후보 측은 "고착화되거나 더 벌어지고 있다", 이광재 후보 측은 "더 좁혀서 현재는 미미한 수준의 차이다"고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는 보수,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20% 초반에 불과해 한나라당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이광재 후보 개인 지지율은 소속 정당 지지율을 뛰어넘고 있다.
게다가 원주, 태백, 삼척 등 영동 주요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계진 후보의 아픈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원주가 대구와 오송에 밀려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서 탈락하는 등 지역 소외감이 높아진 것도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강원도에서도 천안함 변수가 크다. 도내에서 '북풍'은 양날의 칼로 풀이된다. 접경지역의 안보의식을 자극할 경우 여당에 유리하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영북지역 경제 위축과 불만 고조는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
이럴 상황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전격적 단일화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엄재철 후보가 이미 진보신당 길기수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이광재 후보는 명실상부한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이광재 후보 측은 "명실상부한 야권단일후보가 된 만큼 판을 흔들어 역전의 모멘텀을 잡게 됐다"고 자신하고 있는 반면 이계진 후보 측은 "진보정당과 단일화로 인해 보수성향의 중도층이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서게 됐다"고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강원도는 자민련 소속의 최각규 초대 지사 이래 한나라당 소속의 김진선 2·3·4 지사가 재임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아성이 깨질지 관심사다. 한나라당은 이 곳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민주당 기준으론 경합지역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결국 이기지 않겠냐"고 말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어려운 싸움이지만 한 번 기대해볼만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7월 재보선에 포함되는 강원 지역구는 원주, 철원·화천·양구·인제, 태백·영월·평창·정선 등 무려 3곳이다. 강원의 정치적 무게감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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