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인 류순현 행정부지사의 면담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청원경찰들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과정에서 여성 참가자가 성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내 22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30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권리확보 정책’ 이행을 촉구했다.
이후 협의회 회원 2명과 장애인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이 류 권한대행에게 이행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으나 도청 측은 이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
도청 측은 “왜 굳이 행정부지사실로 올라가려고 하느냐. 요구서만 전달되면 되지 않냐”며 막아섰다.
이에 장애인 회원 2명이 행정부지사실이 있는 2층까지 계단을 ‘기어서’ 올라갔고, 동행한 여성도 요구서를 들고 행정부지사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청원경찰들이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이 여성의 팔을 청경이 비틀었고,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허리를 손으로 잡으며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여성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청 현장으로 출동해 상황을 파악한 뒤 돌아갔다. 창원중부경찰서는 해당 여성으로부터 사건 접수가 되는대로 도청 내 CCTV 확인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이날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행 요구서를 전달하겠다는 걸 굳이 막고 나서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여성의 몸을 함부로 만지고 제지하는 것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손에 멍도 들어있다”며 “경남도청의 인권의식과 성의식이 이렇게도 낮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으로서 대단히 불쾌한 일을 당한 것이다”며 “아직 경남도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행정국장 등을 통한 공식사과와 함께 여성청경 고용, 청경 상대 성교육 실시 등을 요구하겠다”며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보고 사건 접수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 측은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과 길을 막아선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과를 했지만, 성추행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성추행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부지사실 입구 쪽 방화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해당 여성이 손을 넣었다. 다칠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청경들이 손을 빼내려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당사자가 주장하는 성추행과는 다르다. 만약 성추행에 관한 혐의가 있다면 조사를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콜택시 확대와 자립생활인권교육 의무화, 장애인 자립을 돕는 ‘자립홈’ 추가 설치,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 도입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경남도는 장애인특별교통수단인 콜택시를 지난 2008년부터 4개년 계획으로 총 320대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300대 가까이만 운행되고 있을 뿐이다.
협의회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콜택시 운영 때문에 최대 4시간 이상 기다려 이용하는 실정”이라며 “경남도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시설 내 장애인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자립생활인권교육 의무화와 동료상담사 자격증 부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자립홈’ 설치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3년간은 해마다 5곳이 설치됐지만, 2015년에는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1곳씩만 설치되는 데 그쳤다. 협의회는 “대상 장애인을 축소하거나 변경한 결과이다”며 “이는 구시대적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외에 중증장애인 도우미 지원사업 예산 삭감에 따른 자부담 증가와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 도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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