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은 세 가지 포석이다.
첫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가 이제 공식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게 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 국정 농단 주범들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됐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인 셈이다. 특검팀의 공소 유지 배제 요구를 끊임없이 해 왔던 박 전 대통령 측 입장에서는 난감하게 됐다.
둘째, 검찰 물갈이다. 윤 신임 지검장이 발탁되면서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신임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사법시험 33회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당장 서울중앙지검 내에 노승권 1차장(검사장)이 사법연수원 21기다. 중앙지검 내에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 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인사들 앞에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초 윤석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장) 정도 수준으로 임명될 것으로 예견됐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파격이 된다. 그러나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했다.
검찰 내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20명 정도 검사장이 날아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46명의 검사장 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항상 "차관급 검사장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전 정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검찰에 주는 '당근'으로 활용해 왔었다. 검찰 개혁은커녕, 검찰을 권력 유지에 이용하려던 속셈 때문이었다.
셋째,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다. '공정한 수사'를 주장했다가 좌천된 그를 전격적으로 부활시킨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정무적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부당한 외압에 의해 희생된 인사들은 기용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윤 신임 지검장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특별수사팀에서 윤 부장검사가 팀장을,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된 박형철 전 부장검사 박 비서관이 부팀장을 맡아 활약했다.
윤 신임 지검장은 그러나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겨 대중의 지지를 받았으나, 이후 수사 업무와 거리가 먼 지방 고검 검사로 발령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추천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활약했다. 윤 신임 지검장에 대한 서울 중앙지검장 임명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임명에 이어 검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아울러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사자들의 사의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승진 인사"라며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할 적임자를 승진인사하고 검찰 안팎에서 업무 능력이 검증된 해당 기수에 우수 자원을 발탁해 향후 검찰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의 주요 현황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 검찰 개혁과제 이행에 한층 매진하고 최근 돈봉투 만찬 등으로 검찰 조직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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