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1억 원을 장학금으로 보낼테니 초등학생들을 위해 잘 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2월말 경상남도미래교육재단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학금으로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래교육재단 관계자는 “좋은 일 하시는데 성함이라도 알았으면 한다”고 했으나, 익명의 기부자인 ‘그’는 끝내 거부했다.
장학금 기부 기탁서 등 관련 각종 서류는 우편으로 재단에 도착했다. 그는 송금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지난 3월 8일 1억 원이 재단 통장에 입금됐다.
재단 이사장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도 이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고 싶어 했다.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마저도 끝내 거부했다. 남들 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데,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박 교육감도 “그렇다면 그분 뜻에 따라주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며 뜻을 접었다.
장학금 사용 방식에 대해서는 재단에서 세부 추진 사항을 정해 이메일로 그에게 알렸다. 초등학교 6학년 저소득층 학생 200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대상 학생은 장학금 기부자의 요청대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그밖에 학교장이 지급 필요성을 인정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복지심사위원회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15일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익명으로 1억 원이라는 거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해주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장학금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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