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이 오는 16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다. 민주노동당의 지난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종북주의·패권주의 논쟁 점화로 분당에 치달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진보신당은 어디에 서 있을까?
진보신당 측은 15일 "'평등·생태·평화·연대'를 기치로 출범한 진보신당은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94%에 그쳐 아쉽게 원내진출에 실패했으나, 이후 촛불 정국에서 종합상황실 변호인단 운영, 칼라TV 등 활발한 활동으로 신생정당, 원외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히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내외적인 상황은 편치 않다.
'5+4' 딜레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야권 연대, 이른바 '5+4 협상'에서 진보신당은 '외톨이'다. 이 기구는 이미 진보신당이 빠진 채로 사실상 '4+4'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특별한 돌파구가 없다면 '진보신당 빼고'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다.
진보신당은 지난 14일 협상회의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조정에 대한 이견으로 퇴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합의지역을 논의하기보다 경쟁방식을 채택하자면서 기초단체장의 경우 수도권과 호남 일부 지역에 대해 타 야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역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진보신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은 큰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광역 후보를 민주당으로 단일화하는 대신 기초 후보 일부를 나머지 당이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노회찬-심상정 쌍포를 가동시킨 진보신당으로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
진보신당은 15일 밤 10시에 재개되는 협상회의에서 전향적 논의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4당이 방향을 갑자기 선회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대로 가면 결국 5+4 테이블은 결렬된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개혁·진보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서거하면서 진보신당은 야권 연대라는 틀을 거부하기 힘든 지경에 몰렸다. 이같은 외부 여론이 '5+4 테이블'까지 이어졌지만 진보신당은 협상 테이블 내에서 수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협상 대표를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다. 광역후보군이 뚜렷하지 않아 처음부터 기초단체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협상에 임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과는 셈법도 달랐다.
진보신당이 5+4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다고 해도 이후가 문제다. 지금 와서 야당 연대를 전면 부정한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역별로 전개되는 야당 연대 논의는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5+4가 깨진다고 해도 이후 수도권에서 최종적인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좀 더 두고봐야 알겠다"고 답했다.
노회찬-심상정 '투톱 체제'의 한계
물론 '5+4 협상'이 민주당의 패권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은 진보신당만의 항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권연대 협상의 현주소는 진보신당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진보신당은 창당 후 2년 동안 노회찬, 심상정 전현직 대표가 당보다 더 주목을 받아왔다.
진중권 등 스타급 당원들이나 지식인들은 민노당보다 진보신당에 호감을 표했다. 하지만 울산북구 단일화로 조승수 의원이 원내에 진입했을 뿐 유의미한 조직적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민노당 지지가 형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노동운동·대중운동 진영과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조직이 없이 파편화된 민중', '인터넷에서 정치토론을 벌이는 2, 30대'를 지지층으로 설정했지만 조직적 결과물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조직 노동을 방기한 진보정당이 성립할 수 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결국 창당 2년이 지난 진보신당은 여전히 머리만 큰 가분수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하체가 허약해 기초단체를 지렛대로 삼을 수밖에 없다보니 '5+4 테이블'에서도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노회찬, 심상정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괜찮다. 인터넷 공간에선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논리가 다른 당 지지자들을 압도한다. 조승수 의원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끌어모으진 못하지만 신종플루 치료제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특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키고, SSM(대형슈퍼마켓)의 독점적 폐해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일반의 지지율을 급등시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진보신당 지지율은 1~2% 안팎이다. 민노당은 물론 국민참여당에도 훨씬 뒤진 지지율이다.
2012년 도약을 위한 체력보강이 급선무
아직 당 내에선 "민노당을 시작할 땐 이것보다 더 어려웠다"면서 "긴 호흡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는 인사들이 많다.
노회찬·심상정 전현직 대표들은 진보대연합 쪽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 큰 판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민노당과 단순 합당 차원을 넘어 새로운 진보를 구성하는 차원의 진보대연합이 되야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진보대연합'을 위해서도 진보신당의 체력 향상은 필수적이다. 진보신당은 16일 창당 2주년을 맞아 국회 도서관에서 노회찬 대표가 직접 기조발제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