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의 세종시 갈등의 무게추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우는 조짐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이미 "(당론 변경을 위한) 113명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고 친이계에서는 "120명 선도 가능하다"는 내부 계산을 마쳤다.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수정안 찬성 숫자가 '커트라인'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 <서울신문>은 한나라당 전체 의원 169명 가운데 친이계가 자신들의 진영으로 분류한 105명을 뺀 나머지 친박 및 중립성향 64명에 대해 전화 설문을 실시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강제적 당론이 아니라면 수정안으로의 당론 변경 표결에 참석해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수정안 찬성'이 114명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유보' 답변 12명 중 일부도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표결 불참 혹은 반대 답변을 내놓은 사람은 37명이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의원은 6명으로 박근혜, 유승민, 주성영, 최경환 의원 등이 포함됐다. 미응답자 모두를 '표결 불참'으로 간주해도 확실한 반대표는 43표에 불과하다는 것.
상당수의 의원들은 중재안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D-Day'는 3월 둘째 주
이로 인해 친이, 친박 내부의 기류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친이직계인 정태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대략 3월 둘째 주 정도에는 세종시 문제를 적어도 당 내 차원에서는 마무리 짓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친이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3월 둘째 주를 'D데이'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관계자들은 "파국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당론 변경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친이계는 "토론을 거친 표결을 하자는 게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다.
친박계에서는 여전히 "어차피 수정안 처리는 안 된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바리케이드를 뒤로 물리는 듯한 분위기다. 의총장에서 "아예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친박계는 당론 수정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차원에서 의총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여곡절 끝에 친이계가 당론변경에 성공한다고 해도 논란이 매듭될 가능성은 없다.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될 경우 청와대와 친이 주류는 친박계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친박계는 물리적으로 당론 변경을 막을 수 없다면 저지선을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장으로 설치할 게 뻔하다.
다만 친이계는 당론 변경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 뒤, 국회의 협상 과정에선 '절충안'을 비중있게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원안과 정부의 수정안이 정면으로 맞설 경우 야당과 친박계의 반발로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절충안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명분을 장악하고 외부 여론을 다독여가는 수순이다.
한나라당 중도파 진영의 관계자도 "당론 채택 이후에 상임위로 넘어가서 대화와 타협을 거친 절충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나 당 지도부도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더라도 그대로 법이 되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6월 이후 논의가 본격화될 것 같은데, 지방선거 승패가 주요한 변수로 작동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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