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의원총회 이틀째인 23일, 한나라당 상황은 '봉숭아 학당'을 방불케 했다. 정몽준 대표가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힌데 대한 어지러운 진실 공방이 전개되는 등 논쟁의 본질을 한참 비껴간 감정 싸움만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정 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관계가 아닌 걸 말해 오해된 소지가 많이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유 의원은 "적절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재선 의원이 당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 사태다.
'정몽준 화법'에 성난 의원들
이에 정 대표가 "(김포가 지역구인) 유 의원과 해병대 위문을 가서 보니까 족구 실력이 프로수준이다"면서 "내가 박 전 대표를 부담 주려고 한 말이 아니다"는 등 어색한 농담을 섞어 다소 장황하게 해명했다.
정 대표 특유의 '장황 화법'이 길어지자 유 의원은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정 대표의 말을 자르고 들어가기도 했다.
고흥길 의원도 정 대표에게 "왜 그런 말을 여기서 하나. 나중에 유정복 비서실장하고 따로 하라"면서 "비서실장을 통해서 말하고, 직접 하는 게 (아니다)…아이, 이게 뭐야"라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 대표는 "우리가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 세종시 문제와 무관한 과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한참 언급하며 "대표하는 게 쉽지 않구나 싶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초선인 박준선 의원이 나서 "이 문제가 세종시 논란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정쟁을 하고 감정싸움을 하고 진실게임까지 해야 하느냐. 정말 부끄럽다"며 "친이 친박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 문제인데 충성 경쟁해서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국민"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40여 분의 어지러운 공방 이후 본격 토론에서도 친이-친박의 갈등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이성헌 "수정안 주장하려면 의원직 총사퇴하자"
앞서 '국가기관이 박근혜 전 대표의 뒤를 캐고 다닌다'고 주장한 이성헌 의원은 "어떤 분은 국민투표를 이야기하는데 그게 아니라 2년 동안 잘못된 당론을 가진 당에서 공천 받고 당선된데 대한 반성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재평가 받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이계가 당론변경 문제와 관련해) '이미 105석 확보했다, 120석 확보는 시간 문제다'라고 하는데 그러면 결론이 다 났는데 뭐하러 토론을 하냐"며서 "이재오 권익위원장이 중립의원들에게 찬성하라고 전화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당론을 변경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쁜 의원들 모아서 토론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니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하든지 전원위원회를 열어 표결처리하고 결론을 내자"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친이계가 압도적이지만 여야 모든 의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에서는 친이계가 소수다.
역시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토론이고 뭐고 접고 정상적 국정운영에 전념하자"고 맞장구 쳤다
하지만 친이계인 심재철 의원은 "국민에 묻는 게 가장 올바른 방식"이라면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사실상 세종시 원안 찬성과 반대 논리가 나올 만큼 다 나온 상황인지라 이후 토론은 전날과 대동소이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친박계가 "이런 토론과 의총은 필요없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의총이 생산적인 정책토론의 장이 될 가능성도 희박해 26일까지로 예정한 '끝장 토론'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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