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거유세단이 울릉군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집단 동원되고, 최수일 울릉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 군수와 울릉군청 측은 의도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해명했고, 울릉군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포항남구·울릉 선거대책위원장인 박명재 국회의원과 울릉도 당원협의회 관계자, 군의원 등은 지난 1일 오후 3시 울릉군청을 방문했다.
홍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울등도를 방문한 박 의원 일행이 거리유세 도중 군청을 방문했고, 소식을 들은 최 군수와 각 실과장 등 공무원 20여명이 업무시간임에도 일손을 멈추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선거 유니폼과 ‘기호2번 홍준표’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두른 채 군청에 도착한 박 의원은 1층 민원실에 들러 인사를 하며 “여러분 부탁합니다”라고 홍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군청 민원실 앞쪽 입구 마당에 모인 공무원들에게 ‘지난해 폭우 때 발생한 산사태와 관련해 여러번 방문하려고 했는데 잘 못했다. 도서지방이고 하니까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독도 지킨다고 고생 많다’라는 격려의 말을 하기도 했다.
격려의 말을 마친 박 의원 일행과 공무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이때 박 의원은 “울릉도(독도) 하면 파이팅 하겠습니다”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런데 최 군수가 ‘기호2번’을 뜻하는 ‘V자’ 형태의 손가락 표시를 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따라 포즈를 취한 채 사진촬영을 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군청을 방문했던 제보자가 프레시안에 알려오면서 드러났다.
최 군수와 울릉군청은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 군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지역 특산물인 명이 등 산채나물 채취 현장을 둘러보고 왔는데 박 의원이 왔다기에 얼른 내려가 봤다”며 “선거법에 저촉될 만한 일은 없었는데, 손가락 표시를 그렇게 하고 사진을 찍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또 “조심 또 조심하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잘봐달라”는 말까지 남겼다.
울릉군청 측도 “지역 국회의원이고, 지난해 폭우 때 입은 산사태 피해 등 지역 현안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니 환영을 한 것”이라며 “단체사진을 찍은 공무원들은 각 실과장들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국회의원을 맞이하기 위해 단체로 자리를 비운 채 줄을 서서 기다린 것은 복무규정 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 박 의원 일행이 홍 후보 지원유세 복장으로 군청을 들렀던 점에서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에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동원됐다는 논란도 있다.
제보자는 “최 군수와 함께 2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아주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나와 두손을 모으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곧이어 등장한 사람들은 박 의원을 포함해 거리를 돌던 홍 후보 선거유세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군청 내부에까지 들어와서 홍 후보를 찍으라고 격려하며 선거운동을 했다”며 “기호 2번을 뜻하는 V자를 한 채 사진을 찍고 ‘울릉도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토닥토닥 격려하며 헤어졌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제보자는 “군수가 이렇게 모든 공무원들을 끌고 나와서 유세단을 맞이하며 V자로 공공연하게 홍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행위는 명백히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아니냐”고 말했다.
울릉군선거관리위원회는 기자와의 통화 후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왔다.
선관위 지도홍보과 관계자는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며 “최 군수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85조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조항에 위반하는지도 핵심적인 조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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